작년 상반기 증시의 ‘핫 스타’였던 HMM에 다시 관심이 모이고 있다. 작년 영업이익 규모가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 중 4위에 오르는 데 더해, 올해는 영업이익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14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내놓은 HMM이 작년 연간으로 연결 기준 영업이익 전망치의 평균(컨센서스)는 7조2077억원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 중 HMM보다 영업이익이 많은 기업은 이미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51조6339억원), SK하이닉스(12조4103억원), 포스코(9조2380억원)만 HMM만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기업 중에는 전망치가 HMM에 근접하는 곳은 없다. HMM의 실적이 컨센서스대로 나오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규모 8위인 현대차(6조6789억원)를 뛰어넘게 된다.
호실적 가능성이 주목되며 HMM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11.19%가 올랐다.
다만 직전 거래일(11일)의 종가는 2만4350원으로, 작년 5월27일의 고점 5만600원과 비교해 51.88%가 하락했다. 작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부상한 해상 운임의 고점(피크 아웃) 우려에 더해, 과거 해운업 위기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발행한 영구 전환사채(CB)가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지분이 희석되면서다.
증권가에서는 운임·실적의 피크아웃과 CB 전환에 따른 오버행 이슈가 모두 과도했다는 분석가 나온다. 오버행 이슈는 실적이 성장하면 해결될 문제로 평가됐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2016년말부터 2020년4월까지 8차례에 걸쳐 HMM에 금융지원을 하면서 영구채라고 불리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도록 했다. 실제로는 돈을 빌렸지만, 회계상으로는 자본으로 계상돼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HMM이 당분간 돈을 벌지 못해도 시간을 벌어주자는 고육책이었지만, 2020년 하반기부터 HMM 주가가 치솟으며 얘기가 달라졌다. 전환가격이 주당 5000원인 CB를 전환하면 주당 수만원의 차익을 챙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미 작년에 산은과 해진공은 각각 권면금액 3000억원 어치의 CB와 와 6000억원 어치의 영구 CB를 주식으로 전환했다. 남아 있는 영구채도 2조6800억원 어치에 달한다. 모두 주식으로 전환되면 HMM의 발행주식 총수는 현재의 4억8903만9496주에서 10억2503만9496주로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냉정하게 보면 모든 CB의 출자전환을 가정해도 올해 실적 전망치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3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HMM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8조2208억원으로, 작년 영업이익 컨센서스 대비 14.06% 많다.
증권가에서 HMM의 올해 실적이 작년보다 나을 것으로 전망하는 배경은 운임이다. 작년에 치솟은 운임이 급락할 조짐이 아직은 보이지 않고 있다.
2009년 10월부터 집계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고점이 2010년 7월2일의 1583.18포인트였다. 하지만 2020년 9월부터 무섭게 오르면서 같은해 11월27일 2000포인트를, 작년 4월30일 3000포인트를, 7월17일 4000포인트를, 12월31일 5000포인트를 각각 넘어섰다. 지난 11일 발표된 가장 최근의 수치도 4980.93이다.
최 연구원은 “공급 병목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오히려 미주 항만 노조의 파업 가능성을 감안하면 하반기까지 장기화될 수 있는 문제”라며 “국적 선사 모두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세는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운업계는 올해 선박유 가격을 톤(t)당 570달러 선으로 예상했지만, 이미 저유황유(VLSFO) 기준 730달러대에 진입했다. 선박유 가격이 톤당 700달러를 돌파한 건 2년여만에 처음이다.
그나마 HMM은 다른 선사들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현재 주력 선대를 구성하는 선박들이 최근에 인도받은 선박들로 대부분 탈황설비(스크러버)를 장착하고 있어서다. 스크러버를 장착한 선박은 저유황유보다 저렴한 고유황유를 사용해도 되는데, 최근 저유황유와 고유황유 사이의 가격 격차가 확대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