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언니의 커뮤니케이션 리더이자 브랜딩 전문가인 황조은 씨가 올 1월 첫 책 '그 회사의 브랜딩(처음부터 잘난 브랜드는 없다/한국경제신문)'을 출간됐다. 이 책은 카카오벤처스를 비롯해, 스포카, 대우루컴즈 등 다양한 기업군에서 브랜딩 경험을 쌓은 그녀의 노하우가 담긴 책이다.
얼마 전 ‘그 회사의 브랜딩’이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어떤 책인가요.
“다양한 회사에서 맨땅에 헤딩으로 기업 브랜딩을 구축한 저의 경험담을 담았어요. 흔히 브랜딩이라고 하면 자칫 화려한 로고나 광고 슬로건만을 떠올리기 쉬운데, 사실 회사 안에 존재하는 모든 순간이 브랜딩 영감이 될 수 있어요. 새로운 직원을 환영하는 방식, 사내 정치를 해결하는 방식, 규제에 대응하는 태도, 소셜미디어에서 창업가의 한 마디 모두 회사의 브랜드 활동이자 영감이죠. 즉, 브랜딩 실무자가 아니더라도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회사를 고민하고 영감을 모으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안겨줄 수 있는 브랜딩 책입니다.”
강남언니에서 커뮤니케이션 리더로 활동하고 있으신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으신지요.
“‘강남언니’라는 브랜드가 대·내외에서 다양한 고객과 소통하는 방법과 메시지에 대해 고민하는 일을 합니다. 한 마디로 ‘기업 브랜딩’이라고 정의하는데요. 대표적인 제 고객으론 서비스 유저뿐 아니라 직원, 잠재 입사자, 투자자, 언론, 정부기관 등이 있어요. 사실 전 강남언니라는 이름만 듣고서 부정적인 편견을 가지던 사람 중 한 명이었는데, 이 회사가 바꾸는 미용의료 시장과 조직 철학 등에 깊이 공감했죠.(웃음) 지금은 강남언니의 홍보, 조직문화 브랜딩, 대관, CEO 브랜딩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벤처스, 스포카, 대우루컴즈 등 다양한 기업에서 PR파트를 맡았잖아요. 기업마다 PR파트의 특징이 있을 것 같아요.
PR은 내 천직···‘사람’과 ‘문화’를 다루는 일이 매력적
PR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요.
“대학 시절에는 라디오 PD와 아나운서를 꿈꾸면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을 공부했어요. 방송국 문턱이 높아 낙방한 뒤로는 친구들을 따라 대기업 취업준비를 했고, 제 경험과 가장 유사해 보이는 ‘홍보/PR’ 직무를 선택해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특별한 동기 없이 선택한 직업이었지만 제 천직임을 깨닫게 됐는데요. 회사 안에서는 창업가와 동료를 관찰하고 회사 밖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회사를 알리는 ‘사람’과 ‘문화’를 다루는 일이 참 좋았습니다.(웃음)”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2019년 말 강남언니에 입사하자마자 3개월 동안의 기업철학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일이 기억에도 남고 실제 효과도 컸어요. 미션, 비전, 인재상, 핵심가치 등 기업철학은 누구나 회사 홈페이지에 멋진 문장들로 걸려 있잖아요. 당시 대표와 저는 ‘사내 동료들도 진짜 이 철학에 맞춰 일하고 있을까’에 대한 문제의식을 발견했어요. 3개월 동안 모든 철학 문장들을 단어 하나하나 뜯어내고 곱씹고 다듬으며, 실제 강남언니 조직 및 목표와의 괴리가 없는 문장들로 업데이트 했어요. 철학을 고민하는 일이 생각보다도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그만큼 동료들이 회사가 지향하는 철학을 이해하는 데 오해를 줄이고 직접 회사생활과 업무에 적용하는 장기적인 효과를 보고 있어 뿌듯한 일로 기억에 남습니다.”
최근 스타트업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PR(마케터)담당이 갖춰야할 조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끈기와 장기적 관점입니다. 진부한 말 같지만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 브랜드의 영향력을 알리고 신뢰를 높이는 일은 일회성의 값비싼 광고를 집행하는 등의 단기적인 활동으로 모든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어요. 오늘 뿌린 브랜딩 씨앗이 당장 효과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1년 뒤에 유능한 투자자나 인재가 회사를 찾아오게 하는 거름이 될 수도 있거든요.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세상에 회사의 영향력을 조금씩 쌓는다는 마음으로 브랜딩을 임한다면 일희일비하는 성과측정에 목맬 필요도 없어요.”
창업가는 브랜드의 시작점이자 가장 중심이 되는 사람
최근 스타트업들이 어떻게 하면 브랜딩을 잘 할지를 고민하고 있는데요. 업종, 분야별로 각기 다르겠지만 브랜딩을 잘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남들이 하는 브랜딩 방법을 따라하지만 말고, 우리 회사만의 문제 해결에 깊게 주목한다면 브랜딩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제가 다녔던 스포카는 규제 문제는 없었지만 무명의 서비스 인지도를 높이고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주목해야 했다면, 강남언니는 서비스 자체는 유명하지만 규제나 서비스 인식에 대한 문제를 풀어야 하죠. 1억 개의 브랜드가 있다면 모두 제각기 다른 브랜딩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문제를 들여다봐도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면, 본인이 정말 치열하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회사를 관찰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면 좋아요. 브랜딩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그 누구보다도 그 브랜드를 깊이 이해해야 하니까요.”
브랜딩을 잘 하기 위해 기업이 갖춰야할 조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창업가 마인드가 있어야 해요. 카카오벤처스에서 150명의 창업가와 함께 일하며 배운 점은 창업가가 얼마나 브랜딩을 중시하고 직원을 소중히 여기는지 정도에 따라 그 조직의 성장 모습도 닮아간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창업가는 브랜드의 시작점이자 가장 중심이 되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기업 브랜딩 일을 하면서 막막하거나 막힐 때면 무조건 CEO와 대화를 나누는 편이에요. 아무리 유능한 브랜딩 실무자를 채용해봤자, 위기상황이 닥칠 때마다 현실을 회피하는 창업가가 있는 조직은 좋은 위기관리를 할 수 없거든요.”
예비·초기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주로 창업자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들은 뭔가요.
“매번 강연 전에 사전 질문을 받아보면 기업 브랜딩이나 PR이 뭔지 잘 모르거나 제품 브랜딩 영역인 마케팅과 헷갈려하는 창업가가 정말 많아요. 따라서 강연 초반에는 이들의 개념과 사례를 설명하고, 제품을 잘 만들고 알리는 것뿐 아니라 기업철학과 대내외 소통 또한 아주 중요한 영역임을 인지시키려고 노력합니다. 기업 브랜딩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상태로 조직을 키우는 창업가와 그렇지 않은 창업가는 시간이 갈수록 대중과 소통하는 태도에 정말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에요. 제가 현업에 있으면서도 강연이나 멘토링을 통해 수많은 초기 창업가를 만나는 이유도 더 많은 이들에게 기업 브랜딩의 중요성을 먼저 알리고 싶은 마음 때문이죠.”
올 초 ‘그 회사의 브랜딩’을 출간하면서 좋은 출발을 하셨어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도 궁금합니다.
“저의 경험이 선한 영향력으로 사회와 사람들에게 전파될 수 있도록 더욱 현업과 다양한 일을 통해 책임을 드높이고자 합니다. 창업가에게는 좋은 영감을 주고, 실무자에게는 주체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싶어요. 특히 다소 기능적으로 여겨지는 PR 업무의 인식, 기업 브랜딩에 얽힌 오해 등을 해소하는 데도 일조할 수 있다면 후배 PR과 브랜딩 실무자에게 더 풍성한 일의 장을 넓혀주게 되어 뿌듯할 것 같아요.”
[사진출처=황조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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