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트밀 현미 등 통곡물로 만든 시리얼인 그래놀라 시장이 처음으로 전통 강자인 콘 플레이크 시장을 앞질렀다.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리얼 구매 때도 영양성분을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여파로 풀이된다. 콘 플레이크 시장을 주도해온 동서식품(포스트), 농심켈로그와 그래놀라를 앞세워 시리얼 시장 재편을 시도하는 오리온의 대결도 관전 포인트다.
과거 국내 시장을 이끌던 플레이크는 옥수수 가루에 설탕 등을 섞어 얇게 구운 시리얼이다. 그래놀라는 귀리 등 통곡물을 그대로 넣고, 견과류와 건과일을 첨가해 꿀 등에 버무려 구운 제품이다. 뮤즐리는 가열 처리하지 않고 말린 그래놀라의 한 종류다. 그래놀라는 플레이크에 비해 가격은 비싸지만 당과 나트륨 함량이 적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영양학적 관점에서 훨씬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집밥’ 수요가 늘어나면서 영양을 챙길 수 있는 그래놀라를 찾는 소비자가 더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식품총괄연구원은 “식재료를 선택할 때 영양성분이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면서 플레이크보다 그래놀라가 주목받기 시작했다”며 “최근에는 2030 젊은 여성 소비자 사이에서 그릭요거트와 함께 그래놀라를 먹는 식문화가 유행처럼 번지는 것도 성장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건강한 음식에 대한 관심이 큰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시장에선 이미 그래놀라·뮤즐리가 플레이크를 크게 앞서고 있다. 독일에선 2020년 기준 그래놀라·뮤즐리 시장 규모가 3억3600만유로(약 4590억원)로 플레이크(1억70만유로·약 1460억원)보다 세 배 이상 큰 것으로 나타났다.
후발주자인 오리온은 2018년 그래놀라를 선보이고 시리얼 시장에 뛰어들었다. 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은 해외 시장 조사를 다니던 중 유럽 등에서 그래놀라가 플레이크보다 훨씬 더 큰 인기를 끄는 모습을 보고 그래놀라 사업을 회사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오리온은 농협과 손잡고 경남 밀양에 공장을 짓고, 국산 농산물을 원재료로 사용한 그래놀라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시리얼뿐 아니라 영양바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단백질 함량을 높인 특화 제품 등을 개발해 내놓기도 했다. 그래놀라에 집중하는 오리온의 국내 시리얼 시장점유율은 아직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그래놀라 시장 규모가 5000억원을 넘어선 점을 고려할 때 국내 시장의 잠재 성장성이 높다는 게 오리온의 판단이다. 지난해 오리온 그래놀라 사업부문은 전년보다 43% 늘어난 203억원을 달성했으며 올해는 전년 수준 이상의 성장세를 예상하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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