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의사과학자' 키울 과기의전원 설립…뉴욕캠퍼스도 세운다

입력 2022-02-15 17:58   수정 2022-02-16 01:24

“‘KAIST 홀딩스’ 미주 법인을 세워 현지 창업과 상장을 활성화하겠습니다.”

이광형 KAIST 총장(사진)은 15일 취임 1주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10개 출자기업을 코스닥시장에, 2개 출자기업을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시키겠다”며 “2031년까지 도합 기업가치 10조원 및 기술료 수입 1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AIST는 이 총장 취임 이후 ‘1랩(LAB) 1벤처’를 구호로 내세울 만큼 학내 창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 총장은 “창업을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바꾸는 등 지난 1년간 규정을 손봤다”며 “6개월이 걸리던 기간이 한 달 정도로 대폭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 덕분에 작년 KAIST 내 창업 벤처는 65개로 평년(25개 안팎) 대비 2배를 훌쩍 넘겼다.

지난달 출범한 KAIST 홀딩스는 이런 학교 벤처들을 돕는 법인이다. 지식재산과 기술 이전, 창업 프로세스 지원을 통한 ‘연구개발(R&D) 재투자 순환 시스템’을 확립한다는 목표다. 설립을 추진 중인 미국 동부 KAIST 뉴욕캠퍼스, 서부 KAIST 실리콘밸리 캠퍼스에도 법인 사무실을 설치해 현지 사업화를 도울 예정이다. 이 총장은 “연구를 시작할 때부터 시장에 초점을 맞추는 ‘기획 창업’을 장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과학기술 중심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은 이 총장의 임기 내 역점 과제다. 그는 “한국이 1조7000억달러(약 2040조3200억원) 규모의 거대한 바이오·의료 시장을 놓치고 있다”며 “연구 전문 ‘의사 과학자’를 길러내지 않으면 10년 뒤에도 우리는 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역점 사업 중 하나인 ‘과학기술의학융합 석사·박사 통합과정’은 총 8년 과정으로 추진되고 있다. 의학으로 4년의 석사과정을 거쳐 공학박사 취득을 위해 또다시 4년을 공부한다. 졸업자는 의사인 동시에 공학자가 되는 과정이다. 10년간 임상의사가 되지 못하도록 조건도 붙인다. 이 총장은 “의과대학 졸업자의 99%가 임상으로 가는데, 미국처럼 연구하는 의사가 주요한 길이 될 수 있도록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형태는 KAIST가 운영 중인 의과학대학원을 2026년 확대 재편하는 방향이 유력하다.

‘세계 10위권 대학 도약’이란 슬로건도 다시 세웠다. 다음달 출범하는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를 포함해 인공지능(AI) 관련 창의 과제를 발굴하는 ‘Post AI’ 연구소 신설 등이 이 총장이 준비한 기반이다. 지난해 설립한 ‘실패연구소’를 활성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기 평택에도 캠퍼스를 지어 반도체 전문 학과와 연구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 총장은 “KAIST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단지 학생들 꿈의 크기가 다르다는 것뿐”이라며 “KAIST가 세계 최고 대학이 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자신감을 길러, 꿈을 크게 가지는 인재를 키우겠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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