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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누가 공짜 노동을 제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댈 것이냐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정부는 2500원짜리 택배 상자를 기준으로 170원을 투자 비용으로 공제한다는 것을 합의안에 담았다. 기존에 2500원의 절반인 1250원을 대리점과 택배기사 몫으로 뗐다면 합의안 이후로는 170원을 공제한 2330원의 50%를 떼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물류업계가 작년 초부터 줄곧 요구해온 택배비 인상을 용인했다.
택배노조가 문제 삼는 건 이 대목이다. 택배기사가 고통을 분담했는데 정작 택배비 인상에 따른 혜택을 CJ대한통운이 독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요즘처럼 택배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택배업체가 초과 이윤을 가져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노조의 주장대로라면 네이버, G마켓 같은 대형 e커머스 플랫폼부터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CJ대한통운은 쿠팡, 컬리 등 새로운 경쟁자에 맞서기 위해 대규모 물류 투자를 진행 중이다. 작년 말엔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단기차입금 발행 한도를 600억원에서 5600억원으로 늘렸다. 관련 공시엔 운영 자금 마련이 목적으로 기재됐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는 택배비 인상으로 CJ대한통운에 초과 이윤이 발생했으며, 이를 회사가 독식하고 있다는 주장을 꺾지 않고 있다. 하지만 추정액조차 때에 따라 고무줄이다. 지난해 12월 20일 파업 결의를 알린 기자설명회에선 초과 이윤이 연 3500억원에 달한다고 했으나 8일 뒤 파업출정식에선 3000억원으로 낮췄다. 초과 이윤 추정의 근거가 되는 택배 단가 인상액에 대해서도 노조 주장은 170~350원(가장 작은 단위의 상자에 적용되는 택배비 기준)으로 시기별·상황별로 제각각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CJ대한통운에 택배를 맡기는 화주가 10만 개에 육박하고, 화주별로 협상에 따라 택배비 인상액도 천차만별”이라며 “각종 설비 투자와 임금 및 유류비 상승 등으로 택배에 들어가는 원가가 수년째 올라 이를 현실화한 것인데 택배비 인상분을 택배기사에게 나눠 달라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회사 측이 추산한 지난해 택배비 인상액은 140원 선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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