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SK그룹에서 ‘복덩이’로 꼽힌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말 시가총액은 95조3680억원. SK에 편입된 2012년 2월 14일 16조3140억원 대비 5.8배 상승했다. 매출 규모도 2012년 말 10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약 43조원으로 네 배가량 늘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하던 10년 전만 해도 안팎의 반대가 거셌다. 언제 망할지 모르는 적자 기업을 왜 사들이냐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인수작업이 한창이던 2011년 3분기와 4분기 SK하이닉스는 각각 2909억원과 106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인수를 중도에 포기했던 효성 현대중공업 STX 등이 승자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최 회장의 반도체 투자는 부친인 최종현 선대 회장의 유훈을 잇는 측면도 있다. 최종현 회장은 1978년 “미래 산업의 중심은 반도체”라며 선경반도체를 설립했다가 2차 오일쇼크로 꿈을 접어야 했다. 하이닉스 인수 직후 최 회장은 “하이닉스를 조속히 정상화해 그룹과 하이닉스가 질적 성장을 통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대규모 투자 등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최 회장은 업황 부진으로 대부분의 반도체 기업이 투자를 10%가량 줄이는 상황에서 오히려 투자를 늘렸다. SK하이닉스는 2012년에는 전년 대비 10% 증가한 3조9000억원을 투자했고, 2018년에는 사상 최대인 연간 17조원을 투자했다. 연구개발비도 화끈하게 투입했다. 인수 이전 2011년 8340억원에 불과하던 연구개발 예산이 2013년 1조1440억원, 2016년 2조970억원, 2019년 3조1890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또 반도체 신규 공장을 증설하면서 하이닉스의 체력을 강화해 나갔다. 인수 이후 2012년 청주 M12를 시작으로 2015년 M14(이천), 2018년 M15(청주), 2021년 M16(이천) 등 국내에 4개 공장을 추가로 준공했다. 또 해외에서는 중국 우시에 확장 팹, 충칭에 P&T 공장 등을 건설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2018년 매출 40조4000억원, 영업이익 20조8000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반도체 경기가 되살아난 지난해 실적도 2018년에 버금간다. 매출(43조원)은 오히려 2018년보다 많았다. 2021년 4분기에는 12조3766억원이라는 분기 최대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10년 전 최 회장이 옳았다”며 “그의 뚝심이 없었다면 매출 43조원을 올리는 국가 대표 기업 SK하이닉스를 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2017년 일본 기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 투자에도 앞장섰다. 기옥시아는 글로벌 낸드플래시 업계 2위를 달리는 기업이다. 당시 박 부회장은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 여러 차례 일본을 방문했고 최 회장이 일본을 방문해 도시바 경영진과 만날 때도 함께했다. 또 2021년 인텔 낸드사업부문 1단계 인수 완료, 2021년 키파운드리 인수 계약 체결 등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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