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폭발 속 '비호감 경쟁'…"유세 참석자 90% 격감"

입력 2022-02-16 16:55   수정 2022-02-17 01:18

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 이틀이 지났다. 정치권에선 이번 각 후보의 선거운동을 두고 크기와 형식, 내용 등 모든 면에서 과거와 사뭇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당장 코로나19 확산과 역대급 ‘비호감 경쟁’ 속에 유세 현장에 모여든 인파가 확 줄었다. 후보 배우자의 실종, 비대면 유세 활성화 등도 눈에 띈다.
○유세 인파 10분의 1로 급감
여야 주요 후보들은 하루 3~4개씩 거리 유세 일정을 소화하는 등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유세 현장의 열기는 예년만 못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15일 서울과 대전, 대구, 부산 등지에서 거리 유세를 했다. 각 유세에 참석한 인원은 최대 2500명(경찰 추산 1000명) 수준에 그쳤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2017년 대선에 비하면 유세 현장에 모여든 인파가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 이 후보의 첫 집중 유세였던 15일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모여든 인원은 1000명 정도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2017년 4월 30일 서울 신촌에서 연 집중 유세엔 약 4만 명이 몰렸다.

이런 차이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예전처럼 다수 대중을 동원하기 어려워진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이재명·윤석열 양대 후보가 각각 도덕성·자질 논란에 휘말리며 비호감도를 높인 점 또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의지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후보의 선거운동 시간이 과거엔 밤 12시 등 심야까지 이어진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올해는 오후 8~9시에 종료하는 쪽으로 앞당겨졌다.
○논란에 자취 감춘 李·尹 배우자
공식 선거운동 이틀째인 16일까지 유세 현장에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의 배우자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남편 이승배 씨가,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는 부인 정우영 씨가 현장에 참석해 선거운동을 도왔다.

주요 정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들이 선거운동에서 일제히 자취를 감춘 건 유례가 없는 일이다. 정치권에선 “후보 배우자들이 각종 논란에 시달리면서 지원 유세로 얻을 ‘득점’보단 ‘실점’을 우려해 몸을 숨긴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는 ‘과잉 의전’ 논란,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는 ‘무속·7시간 녹취록’ 논란이 불거진 상태다.

두 후보 측은 배우자들의 공식 등판 시점과 방식을 놓고 고심 중이다. 이 후보 측은 김혜경 씨가 호남을 찾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접었다. 윤 후보 측 역시 김건희 씨의 공개 활동 여부를 좀처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후보 흉내 낸 AI로 ‘비대면 유세’
코로나19 등으로 거리 유세 등 대면 선거운동의 영향력이 크게 줄자 각 당은 비대면 선거운동 비중을 크게 높였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후보 유세에 접목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이 후보의 표정과 목소리, 몸동작까지 생생히 구현해낸 ‘AI이재명(AI재밍)’을 선보였다. AI이재명은 유세차에 탑재돼 전국 곳곳을 누비며 226개 ‘우리동네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이 후보가 자동차를 타고 모인 지지자들에게 직접 연설하는 ‘드라이브인’ 방식의 유세도 추진 중이다. 민주당은 자체 앱인 ‘이재명플러스’를 출시하며 유권자와의 온라인 소통도 강화했다.

민주당보다 먼저 ‘AI윤석열’을 내놓은 국민의힘은 권역별로 대형 유세차 5대를 비롯해 300여 대의 유세차로 맞불을 놨다. 유세차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장착해 국민의힘 유세차 앱에 사전 등록하면 누구나 유세차에 올라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도록 했다.

오형주/조미현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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