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급 부족에 따른 ‘풍선효과’로 인기를 끌었던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 집값 상승 피로감 등으로 주택시장이 하락세로 접어들자 ‘대체재’인 오피스텔 등도 영향을 받는 것이다. 최근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면적 규제 등이 완화돼 이전 규제를 적용받는 상품의 선호도가 더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대우건설이 서울 영등포구에 공급한 도시형생활주택 ‘신길 AK 푸르지오’도 상당 규모의 미계약이 발생했다. 앞서 분양한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이 1312 대 1에 달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던 단지다. 도시형생활주택 역시 296가구 모집에 1만2766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44.6 대 1을 기록했다. 한 달가량 추가 청약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총 네 개 타입 중 계약이 완료된 타입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지 전용 49㎡ 분양가는 9억원 가까운 수준이다.
전용 85㎡ 이하 300가구 미만으로 짓는 도시형생활주택은 아파트보다 규제가 적어 지난해 인기를 끌었다. 청약통장, 주택 소유, 거주지 등 자격 제한이 없어 누구나 청약이 가능해 가점이 낮은 젊은 층 수요가 몰렸다. 지난해 9월 경기 성남시 대장동에서 분양한 ‘판교SK뷰 테라스’는 주변 아파트 수준의 분양가에도 292가구 모집에 9만2483명이 몰렸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서울 알짜 입지에서도 대규모 미계약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본부장은 “도시형생활주택은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아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지만 부동산시장 하락기엔 아파트보다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대출 문제나 금리 인상 등으로 자금 확보가 어려워진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중형 오피스텔부터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동·광진·동대문·노원 등 8개 구가 포함된 동북권과 은평·서대문·마포가 포함된 서북권에서 전용 60~85㎡ 오피스텔이 지난달 보합(0.00%)을 보여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0.52~0.74%에 달했던 상승세가 얼어붙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 심리가 꺾이면서 나타나는 예견된 수순이라고 설명한다.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은 기본적으로 아파트 대신 선택하는 ‘대체재’이기 때문이다. 시장 하락기에 진입하면 수요가 더 가파르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동산원 기준 이달 첫째주 서울 매매수급 지수는 88.7, 전국은 93.8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기준선(100) 밑으로 내려온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돌수록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다는 의미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임대 목적 투자가 많은 오피스텔은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 감소도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정부는 도심 내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최근 순차적으로 오피스텔 난방 허용 면적(전용 85㎡→120㎡)과 도시형생활주택 면적(50㎡→60㎡) 규제를 완화했다. 시장에선 규제 완화 전 분양한 상품 중심으로 미계약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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