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저출산·고령화 문제, 데이터로 해법 찾아야

입력 2022-02-16 16:59   수정 2022-02-17 00:06

‘마이너리티리포트(2002)’와 ‘머니볼(2011)’은 범죄와 스포츠라는 서로 다른 장르의 영화다. 하지만 두 영화는 범죄 예측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란 측면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데이터 중요성을 미리 일깨워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이후 세계적으로 주요 의제가 됐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대선 캠프에서는 미래를 대비할 데이터 활용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데이터 활용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포함한 데이터 기술혁신 산업 육성과 함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국가정책 수립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특히 국가정책은 데이터 즉 통계와 멀어져선 안 된다. 저출산·고령화·노인 빈곤과 같은 당면한 경제사회 문제를 데이터로 제대로 진단하고 합리적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국가정책 수립과 운용을 위해서는 다양한 영역에서 생산되는 공공 행정 및 민간 데이터를 안전하게 통합해 보관하고 연계·분석할 수 있는 전담 부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관련 전문성과 인력을 갖추고 있는 통계청을 확대 개편하는 것이 제격이다.

필자는 통계청의 한국판 공공빅데이터 ‘K-통계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다. 획기적인 국가통계체계의 전환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지난 10여 년간 우리나라 모든 인구, 가구·사업체 등을 통계등록부로 구축해 국가통계를 작성해 왔다. 특히 작년부터는 통계등록부를 가교(架橋) 삼아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각종 공공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연계·분석할 수 있는 이른바 ‘K-통계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우리 사회 현안을 일목요연하게 진단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할 국가 데이터 인프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최근 통계청은 ‘포괄적 연금통계’를 개발하고 있다. 흩어져 있는 직역과 개인들의 기초·주택·농지연금 등 연금 데이터베이스와 인구가구등록부를 연결해 노인 연금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노인의 경제 문제를 과학적으로 진단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할 의미 있는 발걸음으로 보인다.

몇 달 후면 새 정부가 들어선다. 빅데이터 시대를 살며 우리가 남긴 방대한 데이터가 의미 있는 통계로 만들어져 정확한 국가정책 진단과 처방을 안내하도록 통계청의 권한과 위상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 통계청이 데이터 거버넌스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법률 제·개정권을 부여해 보자. 아울러 독립적인 기관으로서 위상도 강화해 부처 간 칸막이를 낮추고 더 안전하게 데이터를 관리하고 분석하는 전담 부처가 되도록 힘을 보태주는 것이다. 통계청은 21세기의 ‘원유’인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정제해 유용한 디지털 정보로 가공해 낼 것으로 기대한다.

2019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필자는 한국통계학회장으로서 통계는 도로나 발전소와 같은 국가 인프라이므로 충분한 예산과 인력 투입이 필요하고, 그에 걸맞은 통계청의 독립성 확보가 시급함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경제뿐만 아니라 보건·환경·의료·주택·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의 국가통계 전반에 대한 거버넌스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통계청이 기획재정부 산하에서 벗어나 총리실 산하 국가통계처로 격상되는 정부 조직 개편을 제안했다. 과거 산업화 시대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한 것처럼, 새 정부에서는 통계청이 구축 중인 ‘K-통계 시스템’을 발판 삼아 안전하게 공공 및 민간 데이터를 통합하여 연계·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고속도로가 완성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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