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는 16일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1.2%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산 시스템 준비 과정 등을 거쳐 4월 11일 계약분부터 인하된 보험료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손해율 개선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누적돼온 적자와 정비요금 인상 등 원가 상승 요인이 지속되고 있지만 코로나19와 인플레이션 등에 따른 대다수 국민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차원에서 보험료 인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자동차보험은 각 사의 상품 구조가 거의 비슷하고 온라인(다이렉트) 판매채널을 통한 가격 경쟁도 치열하다. 삼성화재가 보험료 인하를 단행한 만큼 주요 경쟁사들도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른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비슷한 인하 수준을 검토하고 있다”며 “조만간 보험료 조정안을 확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상위 4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 합계는 85%에 달한다.
올 들어 치솟는 물가 상승률을 잡기 위한 정부 측 압박이 보험료 인하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이동량 감소로 손해율이 반짝 개선됐을 뿐 만성적인 적자 구조는 여전히 달라진 게 없다”며 “다만 올해 초 실손보험료 인상(평균 16%)이 물가 상승률에 적잖은 부담을 줬다는 지적이 일면서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하라는 당국의 압박이 컸다”고 했다.
지난해 주요 4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9.6~81.5%로 잠정 집계됐다. 자동차보험의 손익분기점은 손해율 80% 선으로 알려졌다. 지난 5년간 자동차보험이 흑자를 낸 해는 2017년과 2021년뿐으로 2018~2020년엔 손해율이 85.7~92.9%를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누적 적자액만 9조원에 달한다.
최근 보험사들의 역대급 실적과 성과급 잔치 등에 따른 여론 악화가 빌미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리 보험 상품에서 적자가 난다고 해도 회사 실적이 사상 최대 규모를 달성한 데다 임직원에게 막대한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의 분위기에서 보험사들이 보험료 인하를 거부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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