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그룹이 총 1조5000억원을 투자하는 전남 여수 경도 해양관광단지 개발 사업(조감도)이 무기한 연기될 위기에 처했다. 여수시의회가 “미래에셋이 계획하고 있는 생활형 숙박시설(레지던스) 건립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주변 경관을 훼손할 것”이라며 여수와 경도를 잇는 진입도로 건설 예산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전라남도와 여수시는 “지역 발전의 큰 기회가 무산될 위기”라며 시의회 및 이 사업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과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해결 방안을 찾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하지만 시의원들의 투표 끝에 통과가 부결됐다. 여수시의회는 함께 제출된 여수시의 올해 추가경정예산안 1조6329억원도 모두 부결시켰다. 진입도로 예산을 삭감하기 위해 시가 제출한 추경안 전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경도 해양관광단지 조성사업은 미래에셋그룹이 여수 경호동 일원 2.14㎢에 호텔과 콘도, 워터파크, 인공해변, 해상케이블카, 상업시설 등을 대단위로 건립하는 프로젝트다. 이와 함께 추진되는 경도 진입도로 건설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이 총 사업비 1195억원을 들여 여수~경도 연륙교를 포함한 길이 1.35㎞의 도로를 짓는 사업이다.
전체 사업비의 40%인 478억원은 국비로 충당하고 전라남도·여수시와 경도 개발을 맡은 미래에셋이 각각 20%인 239억원씩을 부담한다. 지금은 경도에 가려면 여수 국동항에서 배를 타고 5분을 들어가야 한다. 진입도로가 놓여야 해양관광단지 개발 공사를 본격화할 수 있는 구조다.
미래에셋은 현대건설, 호반건설이 참여한 특수목적법인 GRD를 통해 1184실(11동)의 레지던스를 경도에 짓겠다는 내용의 건축 심의를 지난해 8월 전라남도에 신청했다. 이후 GRD는 시의회와 시민단체들이 투기 등을 이유로 반발하자 전체 동의 층수를 종전 29층에서 27층으로 낮추고 연륙교 초입 부분은 21층, 국동항 방면은 25층으로 조정해 총 63실을 축소한 수정안을 시의회 측에 제시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더 축소해야 한다”는 여론에 밀렸다.
권석환 여수시의원은 “미래에셋이 섬에 레지던스를 짓는 것은 인근에 교통체증까지 불러와 지역민의 삶을 피폐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수시의회는 미래에셋이 지역사회가 수긍할 수 있는 새로운 레지던스 건립안을 내놓을 때까지 사업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전라남도 측은 대형 금융회사나 기업의 투자를 지역사회가 막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다른 지역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라남도와 여수시 관계자들은 “여수의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이해를 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경도 레지던스 건립을 찬성하는 여수시민들은 “시의회의 진입도로 예산 삭감에 대해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발목 잡기”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여수시민 김모씨(48)는 “건축법 개정에 따라 레지던스를 분양받아도 주거용으로 사용하기 어려운데, 시의회가 이 사업을 부동산 투기로 모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든다”며 “경도를 대규모로 개발하면 열악한 환경이 정비되는 측면이 있는데도 경관 훼손을 운운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래에셋 측은 경도 진입도로 건설 예산 삭감이 사업 진행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경도 지역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경도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관련 문제가 원활하게 해결되길 바란다”고 했다.
여수=임동률/이태훈 기자 exi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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