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불법 도박사이트 조직원 간 벌어진 토막살인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은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사체손괴·유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인정받았다.
청주지법 형사항소2부(오창섭 부장판사)는 사기, 사체손괴,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A씨(35)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체손괴와 사체유기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고,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유죄를 인정했다.
A씨는 태국에 근거지를 두고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조직에 2018년 3월께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자로 참여했다.
2019년 1월 초 조직원 간 금전 갈등이 생겼고, 이 과정에서 조직원 B씨(33)가 또 다른 조직원 C씨(35)를 살해했다.
A씨는 B씨의 지시에 따라 C씨의 시신을 함께 토막 낸 뒤 비닐봉지 등에 담아 태국 동남부 라용 지역의 인적 드문 야산과 바닷가 방파제 부근에 유기했다.
A씨는 태국 현지 한국대사관 소속 경찰 영사의 설득 끝에 자수했다. 그는 이 사건으로 태국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현지 감옥에서 10개월을 복역한 뒤 한국으로 강제 송환됐다.
외국에서 죄를 지은 내국인에 대해서도 처벌하게 돼 있는 형법 3조에 따라 A씨는 한국에서도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A씨는 B씨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신체 조건이 상당히 건장한 B씨의 협박이나 강요에 A씨가 저항할 수 없을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사건의 은폐를 위해 B씨가 살인의 유일한 목격자인 A씨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사체손괴, 사체유기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A씨가 태국에 가기 전인 2014년 국토교통부에서 지원하는 근로자 주택 전세자금을 불법 대출받아 챙긴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유죄를 인정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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