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다 월세 계약이 더 많아요"…금천구 왜 이러나

입력 2022-02-17 10:34   수정 2022-02-17 10:59


지난해 서울 25개 구(區) 가운데 금천구에서 '월세(반전세·반월세 포함)' 계약이 가파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세입자들이 선호하는 전세 비중을 뛰어넘은 것이다. 임대차 3법으로 전세 매물이 급감한데다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경우가 늘어난 탓이다.

전세의 월세화는 비단 금천구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서울 외곽인데다 오래된 아파트들이 많다보니 월세거래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전세자금 대출이 어려워진 것도 이유다. 보증금을 수억원 올리는 것보다는 월세를 올리는 분위기라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1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날 기준 작년 서울에서 월세가 낀 아파트 임대차 거래량은 총 7만1269건으로 집계됐다. 2011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대치다. 매년 4만건대를 등락하던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량은 2020년엔 6만건을, 지난해엔 7만건을 넘어섰다.

서울 25개 구에서 중저가 단지가 몰린 금천구의 월세 비중이 56.12%로 가장 높았다. 전세 비중(43.88%)을 추월했다. 금천구 월세 물량은 지난해 12월 123건까지 늘었다가 지난달(17일 기준) 91건으로 감소했지만, 전날 기준 104건으로 늘어났다.

임대차 계약은 전세·월세·준월세·준전세로 분류된다. △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 치 이하인 임대차 거래 △준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 치인 거래 △준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 치를 초과하는 거래를 말한다.


실거래가에서도 늘어난 월세 거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금천구 독산동에 있는 ‘중앙하이츠빌’ 전용 84㎡는 지난달 보증금 3억원, 월세 50만원에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인근에 있는 ‘금천현대’ 전용 84㎡ 역시 지난달 보증금 3000만원, 76만원에 세입자를 구했다.

같은 동에 있는 '진도 2차' 전용 59㎡도 지난해 11월 보증금 5000만원, 월세 100만원의 조건에, 9월엔 보증금 2000만원, 월세 80만원에 신규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인근 '라이프' 전용 84㎡ 역시 작년 △보증금 1억원·월세 70만원 △보증금 8000만원·월세 80만원 등에 계약을 맺었다.

신축 단지에서는 월세 거래가 더 많다. 독산동 ‘금천롯데캐슬골드파크2차’ 전용 84㎡는 지난달 22일 보증금 1억원, 월세 148만원에 세입자를 찾았다. 이보다 앞선 4일엔 같은 면적 대가 보증금 2억원, 월세 140만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금천구에서 유독 월세 거래가 늘어난 이유는 실수요자들이 늘어난 전셋값을 부담하기 어려워지면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금천구의 1㎡당 평균 전셋값은 508만원이다. 작년 1월 465만원과 비교하면 1년 새 43만원(9.24%) 뛰었다. 전용 84㎡로 환산해 계산해보면 3억9060만원이던 전셋값이 4억2672만원으로 상승한 것이다.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주택도시보증(HUG)의 경우를 예로 들면, HUG는 전셋값 7억원 이하(수도권)의 집이면 보증금의 80~90%를 보증해준다. 대신 한도는 4억원까지다. 지난달 기준 평균 전셋값이 4억원을 넘어서면서 HUG가 제한하는 한도를 넘어서게 됐는데, HUG의 상한을 넘어서는 전세 증액분에 대해서는 월세로 돌릴 유인이 커진 것이다.

독산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금천구는 서울에서 평균 아파트값이 저렴한 곳으로 중산층과 서민층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거주하고 있다"며 "최근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소득이 적은 실수요자들이 전세자금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면서 월세 계약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금리가 인상하면서 부담해야할 이자가 커진 점도 월세가 늘어난 이유로 지목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금리는 최고 5%를 넘어섰는데,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작년 12월 기준 4.1%다.

시흥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최근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전셋값이 오른만큼 추가로 대출을 받는 것보다 증액분을 월세로 돌리면 이자 부담이 소폭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며 "세입자 입장에서 전세금을 올려주는 것보다 월세를 택하는 게 나은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집주인들이 월세를 원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점도 '전세의 월세화'에 한몫했다는 설명이다. 독산동의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금천구 자체가 세금 부담이 크지 않은 곳"이라면서 "세금 때문에 월세로 돌리려는 집주인들보다는 전세금을 늘려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당장 현금을 만드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집주인이 많다"고 했다.

시흥동의 D 공인 중개 대표는 "결국 현금 흐름을 만드려는 집주인과 전세 상승 분을 감당하기 어려운 세입자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금천구에 유독 전세보다 월세 비중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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