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올림픽 피겨 종목 출전 선수 중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머라이어 벨(26·미국)은 17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피겨스케이팅 올림픽 출전 연령 제한을 현행 만 15세에서 18세로 높여야 한다”며 “그래야 (올림픽이 열리는) 1년만 바라보고 뛰는 현재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해당 연도 7월 1일 기준으로 만 15세가 되면 시니어 대회 출전 자격을 준다. 2006년 4월생인 발리예바는 출전 기준을 갓 넘긴 선수다. 그는 이번 대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도핑 양성반응이 확인됐는데도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여자 싱글 출전권을 얻었다.
도핑 논란, 연령 기준 논란 모두 중심에는 러시아가 있다. 러시아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부터 여자 피겨 종목을 제패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러시아 출신 챔피언들은 어린 나이에 등장해 일찍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소치 대회 금메달리스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는 당시 18세였고, 당시 단체전을 이끌었던 율리아 리프니츠카야는 16세였다. 알리나 자기토바는 만 16세이던 2018년 평창 대회에서 여자 싱글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들은 모두 10대 후반 또는 20대 초반에 은퇴했다.
러시아 선수들은 몸이 작고 가벼운 10대 초반부터 점프를 배우고 4회전 점프를 시도한다. 하지만 부상 위험이 큰 데다 몸이 성장하면서 은퇴도 빨라진다. 어릴 땐 부상 위험이 덜하지만, 여자 선수가 버티기 힘든 4회전 점프를 계속 하다 보면 결국 부상 위험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1984년 사라예보 대회, 1988년 캘거리 대회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독일의 ‘전설’ 카타리나 비트는 “15∼16세의 재능있는 러시아 선수들이 단 한 번의 올림픽만 치르고 빙판을 떠난다. 올림픽 출전에 적절한 나이는 만 18세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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