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강석우(가명)씨는 지난달 5000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갱신했지만, 금리가 2%포인트 가량이나 올랐다. 그는 "적금 시 금리 혜택 등이 사라지면서 대출 금리가 2%포인트나 올랐다"며 "올해 기준금리가 추가로 2~3번 오른다는 뉴스에 1년 고정금리 4.6%로 결정했는데, 이렇게 금리가 높아지니 마이너스통장을 그냥 안 쓰는 게 돈을 버는 것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금리인상기를 맞아 마이너스통장 해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매달 내는 이자가 부담되고 있어서다. 또 올해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는 만큼, 향후 주택담보대출에서 받을 수 있는 금액을 확대하기 위해 미리 마통을 없애는 경우도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1월 금융권 신용대출은 2조1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2조2000억원이 줄어든 데 이어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저금리 영향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열풍으로 신용대출이 대폭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위기가 확 바뀐 것이다. 2020년 월평균 신용대출 증가액은 3조2000억원, 지난해는 1조7000억원을 각각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은행권에선 기존 대출을 유지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마이너스 통장을 다시 발급하더라도 대출금리가 대폭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가산금리도 대폭 오른 만큼, 현재의 대출 금리가 높더라도 일단은 유지하는 걸 추천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하반기 가계대출 조이기에 들어갔고,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대폭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여왔다. 이에 지난해 12월 잔액 기준 예대마진은 2.21%포인트로, 2019년 8월(2.21%포인트)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5일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최대 2억5000만원으로 조정했다. 신용대출은 기존 1억5000만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한도를 높였고,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 플러스는 1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각각 한도를 상향 조정했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말 마이너스통장 대출 최대 한도를 5000만원에서 연소득 범위 내 최대 1억5000만원으로 상향했다. 지난해 8월엔 금융당국의 요청에 따라 1인당 마이너스통장대출 한도를 5000만원으로 제한했지만, 이를 다시 복원한 것이다.
마이너스 통장을 해지하면 신용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이어질 수 있다. 직장인 김명진(가명)씨는 "지난해 카카오뱅크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한 후 사용하지 않아서 이번에 해지했다"며 "지난주에 해지했는데 최근 신용점수가 69점 하락했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잘 쓰고 있는데 신용점수가 내려가서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오히려 마이너스통장을 오랫동안 보유하면서 연체 없이 잘 사용한다면 신용도에도 긍정적이라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마이너스통장을 해지한 후 같은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개설하는 것도 까다로워진다. 우리은행은 마이너스통장을 해지하고, 추가로 신용대출을 신청할 경우엔 비대면 진행이 어려우니 영업점을 방문해 줄 것을 안내하고 있다.
올해 마이너스통장 연장 기한이 도래하면서 대출한도가 대폭 줄었다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놓고,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면 자동적으로 해지가 될 수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각 은행들이 정한 한도 소진율 아래에 있다면, 통상 전체 한도의 10~20% 정도는 감액 처리가 된다"며 "감액을 적용받지 않기 위해선 연장 시점 즈음해서 가능한 많은 대출금액을 사용하는 게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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