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증시에서 처참하게 무너진 게임 섹터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메타버스·대체불가토큰(NFT) 테마에 대한 기대감이 통화 긴축 분위기 속에서 힘을 잃은 데다, 본업에서의 부진에 따라 기대 이하의 실적까지 나오는 등 나올만한 악재가 모두 나왔다. 증권가의 시선은 향후 출시될 신작 게임을 향하고 있다.
17일 엔씨소프트는 전일 대비 8500원(1.73%) 오른 50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작년 종가 대비 22.08% 하락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카카오게임즈(22.75%), 위메이드(39.18%), 펄어비스(30.51%), 크래프톤(40.65%) 등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지난달의 하락세가 가팔랐다.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긴축 기조가 분명하게 드러나면서 아직은 ‘꿈’의 단계에 머무르는 메타버스·대체불가토큰(NFT) 테마가 힘을 잃은 까닭이다.
지난 10일 발표된 크래프톤의 작년 4분기 매출은 4440억원이었다. 컨센서스를 25% 이상 밑돌았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의 초반 매출이 극도로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기업공개(IPO)를 하면서 지급된 주식보상비용과 언노운월즈 인수·합병(M&A)와 관련된 비용으로 인해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80% 넘게 밑돈 430억원에 불과했다. 김 연구원은 “일회성 주식보상비용을 제외해도 영업이익은 1040억원으로 시장 기대치의 절반에 불과한 ‘어닝 쇼크’임은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엔씨소프트는 작년 4분기 109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컨센서스의 반토막 이하 수준이었다. 작년에 출시한 신작게임 ‘리니지W’는 선방했지만 나머지 기존 게임의 매출 감소세가 생각보다 가팔랐던 데다, 인력을 잡기 위한 인건비와 마케팅 비용이 급증하면서 수익성을 갉아먹었다.
게임섹터 내 메타버스·NFT 사업의 총아였던 위메이드 역시 본업에서 부진했다. 위믹스 판매분을 제외하면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63.4% 밑돌았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시장 기대치보다 22.9% 적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나마 컨센서스를 웃돈 영업이익을 내놓은 펄어비스도 본업에서 좋은 성과를 낸 건 아니었다. 자회사인 펄어비스 캐피탈의 평가 및 처분 이익 등 기타 매출이 약 326억원 발생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언은 “3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일회성 이익을 제외한 기존 부분의 영업실적은 매출 880억원 내외, 영업이익 소폭 적자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다만 투자의견을 내린 증권사 수는 크래프톤이 2곳(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과 엔씨소프트가 1곳(한화투자증권) 뿐이었다. 게임기업 주가가 이미 많이 내려 향후 수익을 낼 여력이 있다고 판단한 증권사가 더 많았다는 걸 보여준다.
대부분 신작게임에 주목하고 있었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에 대해 “올해 상반기 출시 예정인 신작 ‘프로젝트M’과 하반기 예정된 PC·콘솔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흥행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실적과 함께 발표한 향후 게임 개발 방향이 주목받았다. 성종화 연구원은 “이제부터라도 장르 다변화 및 플랫폼 다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고, P2E 게임도 리니지W의 2권역 론칭 때 실험적 탑재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펄어비스 역시 중국에서의 ‘검은사막’ 출시(2분기), 한국·일본에서의 ‘블랙 클로버’ 출시(3분기), ‘붉은 사막’ 기대감 등이 주목되고 있다. 또 메타버스 게임 ‘도깨비’에 P2E 시스템 도입도 기대되고 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의 검은사막 출시가 지연된 데 따라 펄어비스에 대한 목표주가를 13만원으로 내리면서도 “중국에서 출시될 검은사막과 기타 신작 성과에 따라 추정치 상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어 “NFT, 메타버스 시장 경쟁에서 자체 엔진과 기술력을 보유한 펄어비스에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부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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