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에 50층 나온다"…대치 은마·압구정 현대 문의 '급증'

입력 2022-02-18 08:32   수정 2022-02-18 09:52


오랜 기간 발이 묶였던 서울 강남 주요 단지들이 재건축을 향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잠실5단지) 정비계획안이 서울시 심의를 통과하면서 주요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자와 실수요자들의 문의가 급증했다. '잠실주공5단지'에 이어 '대치은마'도 도시계획위원회에 정비계획안을 다시 제출하며 재건축 추진에 나섰고 '압구정현대'도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에 착수하며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졌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최근 서울시에 ‘정비구역 지정 조치 계획’을 제출했다. 이 조치 계획은 지난해 반려된 정비계획안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지적에 맞춰 보완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은마아파트의 정비계획안의 도계위 통과를 점치고 있다. 앞서 잠실주공5단지도 도계위 문턱을 넘었기 때문이다.

잠실주공5단지는 정비계획안에 도계위 수권소위원회의 의견을 반영해 공원 내 시설을 공공임대주택으로 바꾸고 학교용지 면적을 늘리는 등의 내용을 담은 뒤 지난 16일 심의를 통과했다. 심의 통과로 정비계획안이 확정되면서 본격적인 재건축 사업 추진이 가능해졌다. 일부 부지의 용도를 제3종 일반주거에서 준주거로 상향하면서 용적률이 400% 이하까지 허용돼 최고 50층까지 올릴 수 있게 됐다.
집값 주춤하고 있었는데…분위기 반전맞은 강남 재건축
강남 일대의 부동산에는 문의가 부쩍 늘어났다. 최근 집값이 주춤하면서 매매문의가 끊기다시피했지만, 잠실주공5단지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17일에는 아침부터 연락이 왔다는 게 현지공인중개사들의 얘기다. 잠실주공5단지 단지내 부동산들은 집주인들과의 자축 전화가 이어졌다. A공인중개사는 "이제 한고비를 넘었다고 서로서로 축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 주변에서도 분위기가 반등하고 있다. 대치동 B공인중개사는 "최근에는 전월세 문의만 있다시피 했는데, 아침부터 재건축 상황을 묻는 연락이 오고 있다"며 "토지거래허가제 지역이니 당장 매매는 늘진 않겠지만, 일단 분위기는 반전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은마를 들고 있었던 집주인들의 마음고생이 심했다보니, 이런저런 얘기를 하려는 전화도 있다"고 덧붙였다.

은마아파트는 신통기획 대상지에서 빠져 있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시에 반려된 정비계획안을 수정해 제출한 상태다. 은마아파트는 도계위의 지적사항을 수용해 전용 45㎡와 59㎡로 계획했던 임대주택 면적을 모두 전용 84㎡로 늘리는 방안을 정비계획안을 냈다. 당초 계획에는 임대주택을 2개 동에 몰아 짓는 내용이 있었지만, 수정 계획안에는 분양주택과 섞어 배치하는 '소셜믹스'도 적용됐다. 다만 면적이 늘어나며 임대주택 물량이 당초 846가구에서 666가구로 줄었다. 일반분양 660가구는 유지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임대와 분양의 조화로운 소셜믹스를 구현하는 등 공공기여와 사회적 기여를 높이는 단지에 재건축 우선순위를 부여하겠다"며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계획 결정이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추가 용적률 제공, 층수기준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비업계에서는 은마아파트가 임대주택 면적을 '국민평형'으로 확대하고 소셜믹스를 적용하는 만큼 심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들은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을 통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신통기획은 민간 주도의 개발을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 초기단계부터 참여해 지원하는 제도다. 시가 초반부터 조합과 정비계획안을 같이 짜는 만큼 도계위를 포함한 각종 심의와 인허가 절차가 대폭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다.

압구정 현대 1~7차, 10·13·14차가 포함돼 가장 규모가 큰 압구정3구역이 일찌감치 신통기획 참여를 신청했고, 1·2·4·5구역도 신청을 마쳤다. 이 가운데 신청 속도가 빨랐던 2·3·5구역은 올해 초부터 신통기획에 착수했다.
대선후보 공약에도 탄력…재초환·분양가상한제는 고비
신통기획을 포함한 오 시장의 '재건축 정상화' 작업을 통해 표류하던 강남 재건축 사업들이 속속 본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오랜 기간 답보상태에 빠졌던 강남 주요 단지들의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으며 강남권은 물론이고 여의도나 목동, 한강변 등까지 재건축을 추진중인 아파트 조합원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대감이 하락세로 돌아섰던 집값을 다시 올리는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압구정 현대1차' 전용 196.21㎡는 직전 거래 대비 16억원 오른 실거래가 8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집값 기대감에 대선 후보들도 기름을 붓고 있다. 재건축 활성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어서다. 17일 서울 노원구에서 유세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재개발·재건축을 합리적으로 풀겠다"고 공언했다. 재건축·재개발 안전진단 기준 완화도 주요 공약으로 세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안전진단 자체가 재건축 사업의 장애물이라 보고 준공 30년 이상 아파트에 대한 안전진단 면제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걸었다. 분양가상한제 합리화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도 약속했다.

다만 재건축 활성화가 강남권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 국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관할하는 규제인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가 남아있는 탓이다. 시장에서는 3~4월중 확정 통보될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현대(현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의 재건축 부담금이 적게는 2억원에서 많게는 3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와 같은 강력한 장애요소가 있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조합들만 재건축을 진행할 여지가 많다"고 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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