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수학자들에겐 '1+1'도 여전히 난제

입력 2022-02-17 18:06   수정 2022-02-18 02:03

‘1+1=2’라는 수식처럼 자명한 것도 없다. 한 치의 오류도, 어떤 오해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배 하나 더하기 사과 하나도 둘이 되느냐는 질문에는 어떻게 답해야 할까. 0에 0을 더하면 왜 그대로 0인가.

《1 더하기 1은 2인가》는 너무나 뻔해서 주의를 기울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던 ‘1+1=2’라는 수식을 중심으로 수학의 ‘본질’을 파고든 책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응용수학 및 이론물리학 교수를 지낸 저자가 생의 마지막을 맞아 천착했던 ‘1+1=2’라는 단순한 공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1+1=2’는 보기처럼 명료하지 않다. 원시인은 물론 불과 수백 년 전 사람 중에도 오늘날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셈을 하지 않은 이가 수두룩했다. 저명한 수학자들에게도 난제였다. 버트런드 러셀과 앨프리드 화이트헤드는 《수학 원리》에서 수백 쪽에 걸친 복잡한 논리 전개 후에야 ‘1+1=2’를 증명했다.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는 ‘1+∞(무한대)=∞’이고 ‘2+∞=∞’이므로 ‘1=2’가 된다는 논리의 귀결 앞에서 좌절했다.

사실 1과 2는 인류가 대면한 최초의 의미 깊은 숫자였다. 사람들은 손가락과 발가락을 이용해서 ‘하나’를 계속 더해 나갔다. 더한 1들을 기억하기 쉽도록 5와 10단위, 20단위로 묶으면서 진법이 나왔다.

2는 특별한 숫자였다. 영어에는 2를 가리키는 duo, double, twin, duet 등의 용어가 수두룩하다. 꿩 두 마리를 ‘brace’로, 소 두 마리를 ‘yoke’로 셈하고 장갑 한 켤레(pair), 무용수 한 쌍(couple)이라고 부르듯 둘을 나타내는 단어는 그것을 세는 특정 물건과 연결돼 사고됐다. 2보다 큰 3부터는 큰 수였다. 3에서 파생된 프랑스어 ‘트레(trs)’가 ‘매우’라는 뜻을 지닌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1과 2는 생활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수이기도 하다. 호수의 넓이, 야구 점수, 2의 제곱수, 잡지에 있는 숫자, 가격 목록 등 무작위로 뽑은 자료에서 소수점 아래 첫 번째 자리에 나올 빈도는 1이 0.3010이고 2가 0.176으로 모든 수가 같은 확률일 때의 기댓값(0.11)보다 훨씬 크다.

책은 수시로 단순한 수식에서 출발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며 사람을 당황하게 한다. 하지만 그 당혹감 속에서 숫자가 우리의 삶과 거리가 먼 존재가 아니라는 점도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여전히 1+1=2를 증명할 수는 없지만….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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