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7일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합리적으로 풀겠다”며 서울 ‘부동산 표심’ 공략에 나섰다. 재건축 대상 주택이 많은 서울 노원구에서 유세를 시작해 젊은 층이 많은 광화문 홍대 등을 온종일 누비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거리 연설에서 “집값, 세금이 갑자기 올라서 화나지 않냐, 저도 화가 난다”며 “재산세, 종합부동산세가 과도하게 올라간 것을 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15일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일정을 마무리한 뒤 16일 강남지역, 이날 강북지역을 돌며 서울에 총력을 쏟아붓고 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실책 등으로 냉랭해진 수도권 민심을 다잡기 위한 행보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여러분, 집값이 갑자기 올라서 세금 늘어나니까 솔직히 화나시죠? 저도 화나던데”라며 “집값이 폭등해 예상 못한 세금이 늘어나면 그만큼 국민이 고통받는다. 조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평생 지낼 집을 하나 사려고 했더니 대출규제 때문에 살 수 없다.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는 담보인정비율(LTV)을 90%까지 풀어주자는 게 제 주장”이라며 대출규제도 풀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보수는 일을 잘하는데 부패해서 문제고 진보는 깨끗한데 무능하다는 말이 있는데, 새빨간 거짓말”이라고도 했다. 이 후보는 “저는 실적으로 실력을 증명해 이 자리까지 왔다”며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고통을 줄이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다 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를 겨냥해선 “내용이 더 심각하다. 최(순실)씨는 점은 좀 쳤는지 모르겠지만 주술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국정이 장난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재명은 주술사가 아니라 국민에게 길을 묻겠다”고 말했다. 그는 성동구 왕십리역 유세에서도 “무능과 부족은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충분하다”며 “면장도 알야야 (일을) 한다는데 국정을 알지 못하면 나라가 얼마나 혼란스럽겠느냐”고 윤 후보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 후보는 최근 윤 후보가 거리 유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점을 두고 “누구처럼 마스크를 벗고 싶은데 그러면 안 되겠죠”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이 있다”며 “내 작은 불편을 못 견뎌 작은 규칙을 어기는 사람은 큰 이익이 보장되면 큰 규칙을 지키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는 2030세대 유동인구가 많은 홍대 상상마당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며 이날 유세를 마무리했다. 이 후보는 ‘청년기회국가’ 대국민 서약식을 열고, 주 4.5일제 도입과 상병수당 확대, 청년 신규 주택 우선 배정 등 공약을 내세웠다.
고은이/전범진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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