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에 놀란 각국, 돈줄 죄는데…'퍼주기 추경' 돈 더 푸는 정부

입력 2022-02-17 17:19   수정 2022-02-18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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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시중 유동성이 작년 말 기준으로 사상 처음 36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저금리 기조로 민간 대출이 급증한 데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상당한 규모의 정책자금을 공급한 영향이다. 시중에 풀린 돈은 자산시장으로 흘러들면서 ‘자산 거품’ 우려를 키웠다. 글로벌 공급망 충격과 맞물리며 인플레이션 양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이 시장 유동성을 흡수하는 출구전략에 나섰지만, 한국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 추진 등 되레 ‘돈 풀기’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불어난 유동성에…물가 3%대 뚫어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2021년 12월 통화 및 유동성’을 보면 지난해 12월 통화량(M2)은 3613조6877억원으로 2020년 12월 말보다 413조8520억원 늘었다. 이 증가폭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213조2000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0.75%로 0.25%포인트 올린 작년 8월 26일 직전까지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연 0.5%)을 이어간 영향이 컸다. 여기에 지난해 정부의 총지출이 전년 대비 50조원가량 불어나며 600조원을 돌파한 것도 요인이 됐다.

불어난 유동성을 빨아들인 자산시장은 과열 양상을 보였다. 개인투자자는 작년 유가증권시장에서 65조9021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투자’가 이어지면서 국민은행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16.4%나 뛰었다.

물가도 밀어 올렸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를 기록해 연간 기준으로 2011년(4%)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는 지난해 10월 3.2%, 11월 3.8%, 12월 3.7%에 이어 지난달(3.6%)까지 넉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유가가 치솟는 데다 유동성 홍수와 맞물리며 올해 연간 물가가 3%대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도 “각국의 통화 증가율이 빠르게 상승한 것을 보면 최근의 물가 급등 흐름이 상당 부분 통화 움직임과 관련됐다”고 설명했다.
한쪽은 조이고, 한쪽은 풀고 ‘엇박자’
한은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유동성을 회수하는 작업에 나섰다. 작년 8월과 11월에 이어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려 연 1.25%로 높였다. 올해 3월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데다 양적긴축에도 나서는 만큼 한은도 올해 두세 번 더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올 하반기 기준금리는 연 1.75~2.0%로 올라갈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명목으로 연초부터 추경 편성에 나서는 등 이 같은 긴축 행보와 반대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4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제출한 정부는 국회 협의 과정에서 ‘16조원+α’를 마지노선으로 제시했지만, 여야는 최대 46조원까지 증액해야 한다고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가 정치권 요구에 밀려 대규모 추경 자금을 쏟아내면 그만큼 물가 상승 압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한 금통위원도 지난달 금통위에서 “올해 상당 규모의 확장재정이 예정된 만큼 재정 측면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도 기준금리 행보와는 상반된 유동성 공급 계획을 저울질하고 있다. 시장금리 오름세를 꺾기 위해 이달 7일 국채 2조원어치를 사들인 데 이어 추가로 국채 매입을 고려하고 있다. Fed가 올 하반기 보유 국채를 팔아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양적긴축에 나서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도 한은에 국채 매입을 재촉하고 있다. 안도걸 기획재정부 2차관은 이날 “한은의 국채 추가 단순 매입 등이 필요할 경우 적기 시행될 수 있도록 정책 공조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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