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대선 이후가 더 걱정인 기업들

입력 2022-02-17 17:29   수정 2022-02-18 00:10

“다들 ‘비장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누가 되더라도 하루이틀 사이에 문서로 만들어 들이밀 수 있어야 하거든요.” 최근 만난 한 경제부처 국장은 “중앙부처 국·과장 정도 되면 대선 직후 출범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할 공약 이행 방안 등을 머릿속에 정리해놓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자신을 포함해서다. 정권 교체기는 공무원들의 생각이 많아지고, 마음이 바빠지는 시기다.

공직사회뿐일까.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에 경제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업인들을 만나면 “누가 될 것 같나” “언론에선 분위기를 어떻게 보느냐”고 묻는다. 새 정부의 정책이 기업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터라 뭔가 근거있는 답을 기대하는 눈치다. 곤란할 때가 많다. 대선 관련 대화는 “언제 기업하기 좋은 때가 있었나”라는 푸념으로 끝나곤 한다.
구두선에 그쳤던 규제개혁
기업들은 이번 대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시장과 민간의 자율보다 공공의 역할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오랜 기간 검찰에 몸담으며 기업을 수사의 대상으로 여겨왔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이들의 삶의 궤적을 보면 기대보다 걱정이 크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선거 때야 친기업을 표방하지만, 막상 정권을 잡고 시간이 흐르면 과거 정부에서 그랬던 것처럼 기업을 ‘동원의 대상’ 정도로 여기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대기업 임원은 “기업 환경이 정부 초기 반짝 나아지는 듯하다가 결국엔 다시 반기업 정서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치 지도자들의 일시적 친기업 행보는 대부분 구두선(口頭禪)에 그쳤던 역대 정부의 규제개혁 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주 멀리 갈 것도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규제 전봇대’(2008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손톱 밑 가시’(2013년 1월)가 대표적이다. 둘 다 당선인 신분으로 인수위 회의에서 한 말이었다. 일부 성과가 있었지만, 규제의 철옹성은 높고 견고했다. 한 경제단체 조사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집권 2년차인 2009년 1만2905개였던 규제 수는 2012년 1만4889개로 되레 15.3%나 늘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규제완화 법안이었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특별법 등은 당시 야당의 반대 등에 막혀 진전을 보지 못했다.
"기업 기 살린 대통령" 평가받길
영국의 ‘붉은 깃발법’을 예로 든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19세기 말 영국에서 자동차 속도를 마차 속도에 맞추려고 자동차 앞에서 사람이 붉은 깃발을 흔들었다”며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개혁을 강조했다. 하지만 시대에 뒤처진 낡은 규제들을 남겨둔 채 임기 말을 맞고 있다. 마트 영업시간 제한, 중고차 시장의 대기업 진출 제한 등 소비자 후생과 직결된 묵은 규제 해결은 다음 정부 몫이 됐다. 기업들이 수십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나섰지만, 수소경제 관련 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선은 차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기도 어려운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 한다. 두 후보 자신과 배우자, 가족에 대한 수많은 의혹이 꼬리를 문다. 현시점에서 두 후보는 존경받는 리더로 스스로를 평가할 수 있을까.

큰 틀에서 보면 ‘성장을 통한 경제 활성화’ 정도가 두 후보 공약의 공통분모일 듯하다. 경제 성장의 주역은 어쨌거나 기업이다. 각국이 자국 기업을 대놓고 지원하는 경제전쟁의 시대엔 더 그렇다. 비록 지금은 존경받지 못하고 있더라도, “기대와 달리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경제만큼은 확실하게 잘했다”고 평가받으며 5년 뒤 퇴임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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