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뿐일까.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에 경제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업인들을 만나면 “누가 될 것 같나” “언론에선 분위기를 어떻게 보느냐”고 묻는다. 새 정부의 정책이 기업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터라 뭔가 근거있는 답을 기대하는 눈치다. 곤란할 때가 많다. 대선 관련 대화는 “언제 기업하기 좋은 때가 있었나”라는 푸념으로 끝나곤 한다.
정치 지도자들의 일시적 친기업 행보는 대부분 구두선(口頭禪)에 그쳤던 역대 정부의 규제개혁 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주 멀리 갈 것도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규제 전봇대’(2008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손톱 밑 가시’(2013년 1월)가 대표적이다. 둘 다 당선인 신분으로 인수위 회의에서 한 말이었다. 일부 성과가 있었지만, 규제의 철옹성은 높고 견고했다. 한 경제단체 조사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집권 2년차인 2009년 1만2905개였던 규제 수는 2012년 1만4889개로 되레 15.3%나 늘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규제완화 법안이었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특별법 등은 당시 야당의 반대 등에 막혀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번 대선은 차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기도 어려운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 한다. 두 후보 자신과 배우자, 가족에 대한 수많은 의혹이 꼬리를 문다. 현시점에서 두 후보는 존경받는 리더로 스스로를 평가할 수 있을까.
큰 틀에서 보면 ‘성장을 통한 경제 활성화’ 정도가 두 후보 공약의 공통분모일 듯하다. 경제 성장의 주역은 어쨌거나 기업이다. 각국이 자국 기업을 대놓고 지원하는 경제전쟁의 시대엔 더 그렇다. 비록 지금은 존경받지 못하고 있더라도, “기대와 달리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경제만큼은 확실하게 잘했다”고 평가받으며 5년 뒤 퇴임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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