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은 말로는 ‘기회’와 ‘공정’이라는 청년들의 키워드에 맞장구를 치고 있지만, 공약을 보면 용돈 수준의 금전 공세를 펼치는 ‘C급 마케팅’에 불과하다. 이 후보는 한 달에 8만원꼴인 연 100만원으로 시작하는 청년기본소득을 필두로 청년기본주택, 청년기본금융 등 ‘청년판 기본 시리즈’가 핵심이다. 윤 후보 역시 월 50만원씩 최장 8개월간 ‘청년도약보장금’을 지원하겠다는 식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하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은 공약들이다. 엠브레인퍼블릭이 작년 11월 이 후보의 청년기본소득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비현실적이라고 답한 비중(49.1~50.2%)이 20~30대에서 가장 높았다. “우리가 기회를 달라고 했지 언제 돈 달랬냐”는 게 청년층 반응이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지대추구형 기득권과 특혜구조를 허물어 달라는 것이다. 국내 30대 기업 중 24%가 단체협약에 ‘고용세습’ 조항을 두고 있다. 안 그래도 조국 일가에 잔뜩 뿔나 있는데 노조마저 ‘부모 찬스’를 쓰려니 그 뻔뻔함에 청년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헌법소원으로까지 이어진 세무사 시험 논란 역시 청년층의 ‘공정 역린’을 건드린 경우다. 신규 세무사의 3분의 1이 소위 ‘공출(공무원 출신)’인 마당에 유독 세무 관련 공무원에게 유리하게 출제했으니, 요즘 청년들을 한참 우습게 본 처사다.
청년정책을 제대로 펼치려면 지도자의 강인한 용기와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으는 지난한 작업이 필요하다. 대안 없는 공허한 청년 공약은 이제 입에 올리기도 지겨울 지경이다. 고용세습을 부당노동행위로 간주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이랄지, 외부 개입을 엄격히 차단하는 국가자격증 시험시스템 등 한 차원 높은 공약이 나와야 한다. 현재대로라면 ‘세대 도적질’이 될 게 뻔한 연금개혁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 모든 개혁은 노동계, 공직사회, 기성세대의 상상을 초월한 반발과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그렇다라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같이 뛸 수 있게 해달라는 청년들의 요구는 너무나도 정당하다. 그 처절한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세대의 역습’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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