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진단키트 불신에 'PCR 직행 꼼수' 확산

입력 2022-02-17 17:35   수정 2022-02-18 00:57

자가진단키트를 활용한 신속항원검사의 낮은 정확도 탓에 의료 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자가진단 결과 수차례 ‘음성’을 확인했는데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감염 의심자들 사이에선 신속항원검사를 건너뛰고 PCR 검사로 직행하기 위한 ‘꼼수’도 횡행하고 있다.

직장인 강모씨(26)는 지난 11일 코로나19 증세가 나타나 자가진단키트로 검사했다. 첫 번째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하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자 하루 한 번씩 검사를 이어가 나흘 뒤인 15일 양성이 나왔다. 강씨는 “인력이 부족한데 ‘몸이 안 좋다’는 이유로 회사를 빠질 수는 없었다”며 “확진 여부를 확실히 알고 싶었는데, 너무 긴 시간을 날렸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확진자끼리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한 인터넷 카페에서도 자가진단키트의 ‘가짜음성’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신속검사 특성상 ‘가짜양성’은 이해하더라도 가짜음성은 극히 적어야 하는데 그 사례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대학생 손모씨(24)는 “열(38도)이 오르고 기침이 나서 자가진단키트로 세 번 검사해 모두 음성이 나왔는데, 다음날 병원에서 받은 PCR 검사에선 양성이 나왔다”며 “자가키트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감염의심자 사이에선 의사소견서 없이 PCR 검사로 직행할 수 있는 노하우가 공유되고 있다. 원래 선별진료소에서는 코로나 의심증상이 있는데 신속항원검사 결과 음성이 나올 경우 의사 소견서가 있어야 PCR 검사를 해준다. 하지만 몇몇 진료소에서는 유증상자가 강하게 요구하면 소견서가 없어도 PCR 검사를 해준다. 양성 판정이 나온 지인의 키트 사진을 가지고 보건소에 가 PCR 검사를 요구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비대면 진료 앱으로 소견서를 받아 PCR 검사를 받는 사례도 있다. 17일 서울의 한 보건소에서 만난 A씨는 “친구의 키트 양성 사진을 보여주니 별다른 절차 없이 PCR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 사이에선 “정확도가 높은 실시간 유전자증폭(RT-PCR) 검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가진단키트 검사는 24~36시간 간격을 두고 반복해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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