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산과 강, 해변 등 관광지에 세워진 출렁다리가 200개를 넘어섰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며 수 백억원씩 투입해 유행처럼 설치한 결과다.
아찔한 높이에서 자연과 함께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출렁다리는 한때 지역 관광명소로 부상했지만, 이제는 희소성이 사라지며 관광객 발길이 줄어들고 있다. 우후죽순 세워진 출렁다리는 중복투자에 따른 예산 낭비일 뿐 아니라 안전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렁다리는 바닥이 고정돼있는 일반 교량과는 달리 케이블이 구조물을 지지해 보행시 흔들림이 발생하는 보도교를 말한다.
지난 10년간 한해 평균 11개가 지어지며 최근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경상북도와 경상남도, 전라남도, 강원도에 각각 20~30개가 넘는 출렁다리가 집중돼 있다. 전라남도 장성군은 2018년 장성호 일대에 제 1출렁다리를 설치한 데 이어 도보로 약 20분, 고작 1㎞ 떨어진 곳에 제 2출렁다리를 2020년 개통했다.
충청북도 충주댐 인근에선 지자체 3곳이 출렁다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제천시는 85억원을 투입해 옥순봉 출렁다리를 개통했다. 바로 옆에 위치한 단양군이 또 충주댐 인근에 출렁다리 설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충주시도 약 100억원을 들여 충주호 출렁다리를 건설할 예정이다.
강인재 재정성과연구원장은 "베끼기 정책으로 특성없이 지어진 출렁다리는 개통 초기 반짝 관광 유입 효과를 내는 데 그쳐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지역 산업구조와 연계해 중장기적으로 소득을 높일 수 있는 공공시설을 고민해야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예당호 출렁다리 역시 개통 2년 만인 지난해 11월, 이웃 지자체인 논산시가 세운 탑정호 출렁다리에 그 자리를 뺏겼다. 탑정호 출렁다리는 570m길이로 현재 국내 최장이다.
무리하게 출렁다리 설치를 추진하면서 사업이 중단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경북 안동시는 750m 짜리 '세계 최장' 출렁다리를 짓겠다며 설계용역을 발주했지만 당초 예산 236억원보다 두배 이상 많은 565억까지 사업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현재 건설이 보류됐다.
특히 관광객이 출렁다리에서 사고가 나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출렁다리는 법상 시민재해 대상인 공중이용시설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2018년 출렁다리 22곳의 안전상태를 점검한 결과 다수의 교량이 케이블 연결상태 불량, 볼트 풀림 등 안전에 문제가 발견돼 즉시 수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지난해에는 경기도가 도내 출렁다리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63건의 불량 사항을 적발해 보수보강을 통보하기도 했다.
행안부는 "지자체를 독려해 올해 42의 출렁다리를 추가로 정기점검 대상에 지정할 계획"이라며 "스카이워크, 짚라인 등 관광지마다 유사하게 지어지고 있는 시설들에 대한 안전지침 마련도 관련부처와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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