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만에 465배 폭등…15억 공매도가 수천억 손실로?

입력 2022-02-17 09:41   수정 2022-02-17 18:47


장외주식시장 K-OTC에서 거래되는 두올물산의 시가총액이 24조원을 돌파했다. 작년 9월 시총 500억원에 상장한지 5개월 만에 주가가 465배 올랐다. 유가증권시장 기준 시총 13위로, 포스코 삼성물산 등 코스피 우량 대기업보다 기업가치가 높다.

두올물산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공매도 투자자들은 어마어마한 손실을 볼 위기에 처했다. 일각에서는 수천억원에서 주가가 더 오를 경우 손실 금액이 조 단위로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6일 금융투자협회 장외주식시장 K-OTC에서 두올물산은 16.63% 오른 24만9000원에 마감했다. 시가총액으로 24조5282억원이다. 이는 국내 대표 대기업인 포스코(24조4559억원), 현대모비스(21조7990억원)는 물론 삼성물산(20조464억원), LG전자(20조128억원)보다 큰 규모다.

주가가 개별 호재나 수급으로 몇배씩 급등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시총 500억원의 소형주가 몇달 만에 25조원으로 커진 것은 전례가 없다. 금융감독원은 이상 급등에 조사에 나섰다.

두올물산은 2020년 239억원의 매출과 12억6682만원의 영업이익을 낸 자동차 내장재 생산업체다. 작년 3분기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억7538만원, 자본금은 98억5069만원이다.

작년말 그룹 관계사로부터 바이오 관련 지식재산권(IP)을 받아 바이오 사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 재료가 주가를 500배 가까이 올릴 정도의 호재로는 보기 어렵다는 게 증권업계 의견이다.

두올물산은 코스닥 상장사 디아크(옛 OQP)가 거래정지 요건을 회피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작년 3월 디아크는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고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다산회계법인은 디아크가 캐나다 제약사 온코퀘스트로부터 바이오 관련 지적재산권(IP)을 3752억원에 구입한 것과 관련해 “무형자산 금액의 적정성 및 현물출자에 중요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작년 5월 디아크는 세개의 회사로 인적분할(1:1:1 비율)했다. 기존 기업을 이어받은 코스닥 상장사 디아크(거래정지)와 두 개의 비상장사로 쪼개졌다. 두개 비상장사는 두올물산홀딩스와 오큐피바이오다.

경영진은 두올물산홀딩스 자회사로 있던 두올물산을 작년 9월 장외주식시장 K-OTC에 상장시켰다. 인적분할 당시 오큐피바이오에 양도했던 바이오 IP를 두올물산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디아크는 거래 정지 요건을 해소하는 한편 두올물산을 통해 바이오 사업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바이오 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장 당일(작년 9월13일) 535원이었던 두올물산 주가는 작년말 12만원대까지 급등했다.

문제가 커진 것은 경영진이 두올물산과 모회사였던 두올물산홀딩스의 합병을 결정하면서다. 두올물산이 두올물산홀딩스를 역합병하는 구조로, 기존 투자자들은 비상장사인 두올물산홀딩스 대신 K-OTC에서 거래되는 두올물산 주식을 갖게 된다.

인적분할 전 투자했던 주주들은 코스닥 상장사 디아크(거래정지), 두올물산홀딩스(비상장), 오큐피바이오(비상장)를 가지고 있었다. 거래정지 됐거나 비상장이기 때문에 시장에 내다팔 수 없었다. 합병 후에 이들은 디아크, 매도 가능한 두올물산(K-OTC), 오큐피바이오를 가지게 된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0일 합병 증권신고서를 수리하자 두올물산 주가는 급등세로 전환했다. 전날(2월9일) 9만8700원이었던 주가는 5거래일 연속 급등하며 24만9000원(16일 종가)까지 올랐다.

합병은 오는 18일 이뤄질 예정이다. 합병 기업의 주식이 언제 주주들에게 교부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주식이 교부되면 공매도 대여자(기존 주주)들은 주식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주가가 500배나 급등한 상태에서 매도하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 투자자(차입자)들은 기존에 빌렸던 금액보다 500배가 많은 금액을 돌려줘야 할 위기에 처했다. 디아크의 공매도 잔고는 15억원이다. 두올물산(원주 디아크) 대차 잔고가 80만5570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 주가 기준 2006억원을 되갚아야 한다. 주가가 더 오를 경우 조단위로 상환금액이 늘어날 수 있다. 대여자로부터 상환 요청이 들어오면 차입자는 최장 3거래일 안에 주식을 상환해야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환(리콜) 기한이 당일로 계약된 곳이 대부분이어서, 공매도 투자자는 손실을 본 상태로 주식을 되돌려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올물산 주가가 급락할 때까지 기다린 후 주식을 되갚을 수 없다는 얘기다. 최종 공매도 차입자는 대부분 외국인 투자자다.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디아크의 공매도를 중개했다.

외국계 대형 증권사들은 본국에 이 사실을 보고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MSCI선진국 지수 편입 추진을 앞두고 외국인들에게 부정적 인식을 줄수도 있는 사안”이라며 ”기업 쪼개기로 주가가 500배 급등하는 것은 유례가 없다”고 말했다.

두 기업이 합병하면 공매도 대여자는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공매도 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로 연결된다. 금융감독원은 합병 자체를 규제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은 합병 기업간 문제가 없는지, 합병 신고서 형식과 기재 항목이 맞는지 등을 심사하고 합병 자체는 규제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현재는 매매거래 정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거래를 정지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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