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좌우하던 중국파워 꺾인다"…철강株, 부활의 콧노래

입력 2022-02-18 09:45   수정 2022-02-18 09:46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철강기업들이 올해도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철강주가 다시 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세계적인 ‘탄소 중립’ 트렌드에 중국 정부도 올라타면서 물량을 앞세운 중국 철강업계의 시장 지배력이 약화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회복한 제품 가격 결정의 주도권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 철강·금속 업종 지수는 0.49% 오른 4629.35에 마감됐다. 장중 4668.05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친 러시아 성향의 반군이 점령한 지역에 포격을 가했다는 소식에 급락했다가 보합 수준으로 회복했다.

철강주들은 이달 들어 5.22%가 올랐다. 사상 최대 수준의 작년 실적을 발표한 데 더해 최근 철강제품 가격 인상에 따른 영향이다. 포스코, 동국제강은 최근 유통업계에 공급하는 후판(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의 톤(t)당 가격을 2만~3만원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제철도 비슷한 수준의 가격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사들은 완성차 업계와의 올해 상반기에 공급할 자동차 강판의 가격 협상에서도 인상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에도 자동차 강판 가격을 상반기에 톤당 5만원을, 하반기에 12만원을 각각 인상한 바 있다.

가격 인상 효과로 철강기업들은 잇따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작년 실적을 내놨다. 포스코는 작년 연결 기준 매출은 1년 전보다 32.1% 증가한 76조3323억원을, 영업이익은 284.4% 급증한 9조238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 70조원대 매출액과 9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제철의 실적 성장은 더 극적으로 나왔다. 작년 연간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무려 3251.3% 폭증한 2조4475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26.8% 늘어난 22조8499억원을 기록했다.

호실적의 배경인 제품 가격 인상은 철강 원재료 값 상승에서 비롯됐다. 철광석 가격은 2020년 5월8일 톤당 85.26달러를 저점으로 가파르게 상승해 작년 5월14일에는 226.46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급락세를 타며 작년 11월19일에는 89.83달러까지 빠졌다가 올해 2월11일 149.32달러로 올랐다.

예전에는 철강 원재료 가격이 올라도 철강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웠다. 중국의 저가 철강 제품이 수입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에는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철강 수출을 규제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수요업계와의 가격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철강 생산량을 통제하는 동시에, 철강재 수출 보조금 격인 증치세 환급을 폐지했다. 공급을 줄이면서 가격을 안정시키는 모순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최근에도 철광석 가격이 급등하자 중국 정부는 자국 내 주요 철광석 무역 기업을 소환해 ‘주의 및 경고 회의’를 개최했다. 이 영향으로 톤당 150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던 철광석 가격은 지난 15일 하루에만 7%가량 급락했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철강업종 주가에 있어서) 단기 시황의 방향성보다 중요한 건 글로벌 시장 내 중국 지배력 축소”라며 “저가의 중국산 철강재와 경쟁해야 하는 국내업체 입장에서 큰 호재”라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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