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중형 평형의 신혼희망타운 공급을 추진하자 사전청약 등 기존 당첨자들 사이에서 평형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 계약을 포기할 경우 향후 사전청약 참여가 제한되는데다 당첨된 단지는 시공사도 없어 사실상 백지 상태인 만큼 평형 조정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군포대야미, 의왕월암 등 사전청약이 진행된 신혼희망타운 일부 당첨자 커뮤니티에서 국토부 제출을 위한 단체 의견서 작성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14일 국토부가 행정 예고한 ‘공공주택 업무처리지침 일부 개정안’에 따라 기존 사전청약 단지의 평형도 늘려달라는 의견서다.
군포대야미 신혼희망타운의 한 사전청약 당첨자는 "본청약은 2024년, 입주는 2027년 예정으로 공사는 커녕 시공사 선정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며 "개정안의 취지를 고려하면 기존 신혼희망타운의 면적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고 시간 여유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의왕월암 사전청약 당첨자도 "자녀가 둘이거나 둘이 될 예정인 당첨자가 적지 않다. 남매를 키운다면 방 2개와 방 3개의 차이는 매우 크다"며 "입주 시점이 다소 늦춰져도 괜찮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국토부의 의지가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들 지구는 공급 평형과 가구 수를 정해뒀을 뿐, 아직 삽을 뜨지 않은 상태다. 본청약까지 시일이 남았기에 아직 시공사가 정해지지 않았고 당첨자도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 부적격으로 분류된 예비당첨자의 소명절차가 진행 중이다.
그간 신혼희망타운은 전용 46㎡, 전용 55㎡ 두 평형 위주로 공급됐다. 공공주택 업무처리지침에 신혼희망타운의 면적이 전용면적 60㎡ 이하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일부 전용 59㎡가 공급된 곳도 있지만, 전체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했다.
이번 공공주택 업무처리지침 일부 개정안은 전용면적 60㎡ 이하로 규정된 신혼희망타운의 면적 제한을 삭제했다. 국민주택 공급 면적 기준을 신혼희망타운에도 적용해 전용 85㎡까지 공급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신혼희망타운이 소형 평형으로만 공급되면서 아이를 낳아 키우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좁은 공간은 신혼희망타운의 인기를 낮추는 주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달 4차 사전청약에서는 신혼희망타운 7152가구를 모집했는데 7개 주택형이 최종 미달을 기록했다. 시흥거모 A5 전용 55㎡는 294가구 모집에 35명만 신청하며 경쟁률 0.1대 1이라는 굴욕을 겪었다. 지난해 본청약을 마치고 이달 미계약 등 잔여세대 추가모집을 진행한 수원당수 A4 신혼희망타운도 전용 46㎡가 재차 미달에 그쳤다.
국토부는 개정안을 통해 신혼희망타운 면적 제한을 없애고 지구별 상황에 따라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전용 85㎡까지도 공급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내달 7일까지 3주 동안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발령된 즉시 시행된다. 신규 신혼희망타운이 공급 면적 확장 대상이지만, 국토부는 기존 신혼희망타운에도 개정안 적용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군포대야미, 의왕월암 등 일부 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 당첨자들 사이에서는 전용 55㎡로 예정된 평형을 전용 59㎡로 늘려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군포대야미는 전용 55㎡와 전용 59㎡, 의왕월암은 전용 55㎡가 공급된다. 전용 55㎡는 방 2개와 화장실 2개, 알파룸 하나로 구성됐는데, 전용 59㎡는 공간이 늘어나기에 알파룸이 아닌 방 3개로 구성할 수 있다.
사전청약 당첨자 사이에서 개정안 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집단행동 조짐도 포착되지만, 국토부는 이러한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실제 신혼희망타운에 중형 면적이 도입되려면 거쳐야 할 단계가 많고, 기존 단지에 적용을 검토하더라도 이미 청약을 마친 단지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지구계획을 수립한 신혼희망타운 중에 아직 승인을 받지 않거나 착공하지 않아 계획을 변경할 여지가 있는 단지들의 경우 평형 확대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그 범위를 정한 것은 아니지만, 사전청약을 마친 단지까지를 대상으로 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형 평형의 신혼희망타운 공급 시기에 대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문제이기에 단기간 내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