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계약해도 1년 걸린다"…벤츠 EQA, 돌풍 이유 있네 [신차털기]

입력 2022-02-20 07:07   수정 2022-02-20 07:13


메르세데스 벤츠 대표 전기차 EQA 250를 타봤다. EQA는 벤츠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LA 내연기관차를 기반으로 한 파생 전기차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 5990만원 파격적인 가격대로 출시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지금 계약해도 1년 안에 차량을 받기 어려울 정도다. 300km 초반의 짧은 주행거리가 단점으로 지적됐지만 편안한 승차감과 안정적인 주행 성능이 입소문을 타며 여전히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4일 벤츠 EQA를 타고 서울 도심 곳곳과 경기 하남시 일대 약 70km를 주행했다. 올림픽대로 등 경로 특성상 밀리는 구간이 많았다. 시승은 AMG 패키지 플러스가 추가된 차량으로 진행했다. AMG 패키지 플러스에는 선루프, 1열 열선·통풍 시트 등 옵션이 포함됐다.

EQA는 차체가 크지 않은 소형 SUV이지만 차량 하단부에 배치된 배터리 무게 때문에 안정적이다. 이 차의 차분한 매력은 통통 튀는 주행을 하는 GLA와의 차이점이다. 가속은 매끄러우면서도 힘이 있다. 190마력의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인상적이었던 건 승차감이다. 막에 둘러싸인 듯 충격을 튕겨 내며 부드럽게 요철과 과속방지턱을 넘는다. 서스펜션을 단단하지 않게 설정한 덕이다. 그렇다고 물렁한 서스펜션에서 보이는 출렁거리는 느낌은 딱히 없었다. 단점은 최소화하되 장점을 강조하는 벤츠만의 기술 경쟁력이 이런 지점에서 드러난다는 생각이 든다.


회생제동 단계를 4단계로 둬 내연기관차와의 이질감을 줄이고자 한 것도 이 차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다. 회생제동 단계가 애초 높게 설정된 전기차의 경우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속도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경향 때문에 내연기관차에 익숙한 사용자가 주행할 때 다소 어색하고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다. 물론 적응의 문제이긴 하다.

회생제동 단계는 D-, D, D+, D 오토 등 4가지다. 각 단계는 스티어링휠 뒤쪽에 달린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조절 가능하다. D-가 가장 센 단계로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속도가 훅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 D+는 일반 내연기관차처럼 타력 운전이 가능할 정도다. 그 만큼 에너지를 회수당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D-로 둘수록 전력 효율에 더 좋다.

귀찮다면 'D 오토' 모드로 설정하면 된다. 오토로 두면 앞차와의 거리 등 주행 상황에 따라 회생제동 단계를 알아서 조절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주행거리는 생각 이상이었다. 출시 초기부터 300km대 짧은 주행거리로 논란을 샀던 EQA였다. EQA의 환경부 인증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상온 302km, 저온 204km다.

시승 당일 영하 10도의 강추위 속에서 70km 정도 주행했지만 주행거리는 차량 인수 당시 291km에서 230km로 줄어 있었다. 전기차에 혹독한 환경에서 주행한 것치고는 선방한 것이다. 히터는 24도로 맞췄으며 열선시트도 계속 켜고 달렸다. 대부분 'D 오토'로 뒀고 테스트를 위해 10분 정도 'D-'로 설정값을 바꿔 주행한 게 전부였다.

전기차 특성인 정숙성은 이 차에서도 드러난다. 하지만 시속 80km 이상으로 속도를 높이면 풍절음이 유리를 타고 미세하게 들어온다. 이중 접합 유리를 썼다면 이마저도 잡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GLA에서 봤던 디자인 요소가 군데군데 눈에 띄지만 두 차량의 분위기는 명백히 다르다. GLA는 젊은 이미지가 강하다면 EQA는 GLA보다는 담백하다. 외장 색상 때문에 그렇게 느껴진 것일 수도 있다. 깔끔하게 블랙 패널로 라디에이터 그릴을 표현한 점은 만족스럽다. 보통의 파생 전기차 그릴이 못생기게 막혀 있는 것을 고려하면 예쁘게 느껴진다.

후면 램프에서는 GLA의 명맥을 잇는 차라기보다는 메르세데스 전기차 브랜드 EQ의 일원임을 알리고 있다. 가장자리로 갈수록 넓어지는 램프 디자인은 지난해 공개된 전기 세단 EQS, EQE와 패밀리룩을 이뤘다.

소형 SUV치고 넉넉한 실내공간을 갖췄다. 다만 차박(차량+숙박) 하기는 차 자체가 작다. 트렁크 용량은 340L, GLA보다 150L 적다. 2열 시트 폴딩 시 1320L까지 용량이 확보된다.

벤츠 EQA 250 가격은 5990만원으로 일부 유럽 국가보다 1000만원가량 저렴하게 출시됐다. 영국의 경우 EQA 가격이 한화 7400만원대부터 시작한다. 벤츠치고 합리적인 가격이지만 헤드업디스플레이, 반자율주행 기능 등 옵션까지 알차게 들어갔다. 작년까지만 해도 전기차 보조금을 100% 받았지만 올해부터는 절반만 지급받는다. 시승차인 AMG 패키지 플러스(800만원)가 장착된 EQA는 6790만원이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영상=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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