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A씨는 ‘또다시’ 가슴을 졸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고비를 넘기는 듯하더니 다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속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한껏 고조되면서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27일 2614까지 급락했다. 그러다 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컨센서스가 어느 정도 모아지면서 패닉 국면이 잦아들었다. 하지만 가까스로 고비를 넘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우크라이나 악재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주식투자에서는 가슴 졸이기가 일상이란 사실을 A씨도 잘 안다. 그렇기는 해도 최근 시장에선 그 어느 때보다 가슴 졸이기의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가 강해지는 느낌이다.
인플레이션 탓에 금리 인상이 빨라지는 상황인데 금리 인상이 수요 둔화와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어 증시 반등 시기를 가늠할 수 없다는 게 A씨를 더 답답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A씨처럼 가슴 졸이기에 지친 투자자라면 ‘마음 편한 투자’를 꿈꾸게 된다. 원금 손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투자’는 ‘마음 편한’과 어울리지 않는다.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의미상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모순형용이다.
모순형용은 일단 제쳐두고 가슴 졸이기에 지친 투자자들을 위해 ‘마음 편한 투자’를 좀 더 생각해보자. ‘플라세보 소비’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지만 긍정적 생각으로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내는 플라세보 효과처럼, 자신에게 실질적으론 별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심리적으로 만족감을 준다면 그 대상에 기꺼이 지출하는 것을 가리킨다.
플라세보 소비에서는 가심비가 중요하다.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는 가성비와 달리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는 저렴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선호한다. 하지만 가심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는 다소 비싸더라도 자신에게 만족감을 주는 제품을 구매한다.
가성비와 가심비를 주식투자에 적용해보자. 가성비가 기준인 투자자는 ‘수익’에 초점을 맞춘다. 주식투자의 첫 번째 목적인 수익에 집중하는 것이다. 수익을 위해서는 가슴 졸이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수익을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으로 여긴다.
이와 달리 가심비를 따지는 투자자는 ‘마음 편한 투자’를 추구한다. 수익이 다소 줄어들더라도, 혹은 수익을 올리는 데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가슴 졸이기보다는 심리적 안정을 우선시한다.
가성비 투자가 쉽지 않은 것처럼, 가심비 투자도 녹록하지 않다. 가성비 투자를 위해 가슴 졸이기를 견뎌야 한다면, 가심비 투자에선 욕심과 조급함 버리기가 필요하다. 전자만큼이나, 어쩌면 전자보다 훨씬 후자가 어려울 수 있다.
가심비 투자에는 어떤 종목이 적절할까. 한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를 꼽았다.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잘 갖춰져 있고 배당도 안정적이며 무엇보다 지금까지 보여준 실적과 주가 흐름이 많은 투자자에게 ‘마음 편한 종목’이란 믿음을 심어줬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외국인은 삼성전자에 대한 인식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에게는 소니나 노키아와 비슷한 제조업일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투자를 잠깐 하고 말 게 아니라면, 심리적으로 피폐해지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 방법 중 하나가 스스로 심리적 안정을 느낄 수 있는 종목들에 쫓기지 않고 투자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하려면 욕심과 조급함을 이겨내야 한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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