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자회사 티빙이 2500억원 규모 외부 투자를 유치했다. 작년 10월 네이버 등 기존 주주로부터 1500억원을 끌어들이고, 두 달 뒤 미국 제작사 파라마운트로부터 700만달러(약 83억원)를 유치한 데 이어 또 덩치를 키웠다. 초대형 드라마 제작 등 OTT 시장에 불붙은 ‘쩐의 전쟁’에 대응하기 위한 ‘실탄’ 확보다.
CJ ENM은 “티빙의 OTT 플랫폼 경쟁력과 오리지널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고 설명했다. 티빙은 확보한 투자금을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와 빅데이터 처리 시스템 구축 같은 정보기술(IT) 고도화 등에 쓸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OTT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티빙의 모기업 CJ ENM도 지원 사격에 나선다. CJ ENM은 올해 티빙과 방송 채널 콘텐츠 제작비로 8600억원을 편성했다. 이 중 2000억원 이상은 티빙에 직접 투입한다. tvN 등 CJ ENM 산하 방송 채널들이 티빙에 콘텐츠를 공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1조원에 가까운 제작 예산 전부가 결국 티빙에 들어가는 돈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도 자체 콘텐츠가 필수다. 그동안엔 잘나가는 TV 채널과 연계해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를 확보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 경쟁 구도가 급변했다. 국내외 OTT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웬만한 품질의 콘텐츠로는 유료 이용자를 잡아두기 힘들어졌다. 티빙은 작년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 ‘환승연애’를 TV 채널로 송출하지 않고 티빙 안에서만 볼 수 있도록 하는 식으로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다.
국내외 여러 기업도 국내 OTT 시장을 놓고 투자 공세를 벌이고 있다. 쿠팡은 작년 쿠팡플레이에 1000억원을 쏟아부었다. 독점 콘텐츠를 확보하고 플랫폼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다. 흥행 경쟁이 가열되면서 제작비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쿠팡플레이가 주요 자체 콘텐츠로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 ‘SNL코리아 시즌1’은 10부작 제작비만 120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브는 자체 콘텐츠에 2025년까지 1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KT 시즌은 3년간 4000억원 이상을 콘텐츠 확보에 쓰겠다고 발표했다. 넷플릭스와 애플tv 등 해외 사업자들도 각각 오리지널 콘텐츠에 돈을 쏟아부을 전망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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