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날개를 연상시키는 선들이 화면에 그려져 있다. 한국 행위예술의 선구자 이건용 화백(80)이 캔버스를 등지고 붓을 든 손을 뒤로 뻗어 그린 ‘바디스케이프 76-3’이다. 작가가 과감한 몸짓으로 만들어낸 색과 형상은 캔버스 위에서 뒤섞여 춤을 추는 듯한 생동감을 연출한다.
이 화백은 1973년 파리 비엔날레 한국 대표로 참석한 이후 이처럼 화가의 신체 행위를 화폭에 드러내는 방식의 작업을 계속해왔다. 오랫동안 미술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018년 페이스 갤러리의 중국 베이징 지점에서 연 개인전이 대박을 내면서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올해는 미국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에 한국 전위예술 대표 작가로 참여할 예정이다.
노화백은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지난 9일 이 화백은 갤러리현대 계열의 대체불가능토큰(NFT) 회사인 에이트와 손잡고 NFT와 메타버스를 이용한 작품을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 화백의 NFT를 구매하면 메타버스에 작가의 아바타가 나타나 신체 드로잉을 시작하고, 구매자는 그 결과물인 그림을 소장하게 되는 방식이다. ‘뒤로 그리는’ 작업방식 못지않은 참신한 아이디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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