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불리·취업절벽…문과는 서럽다

입력 2022-02-18 17:25   수정 2022-02-19 00:27

대학 입시도, 취업도 ‘이공계 초강세’다. 하루 이틀 된 일은 아니지만, 사상 첫 문·이과 통합으로 치러진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이과생들이 문과생을 압도한 게 속속 확인되면서 이런 흐름이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마무리된 대학 입시는 이과생들이 상위권 대학 문과에 대거 지원하면서 대혼전 양상을 띠었다. 수능 수학 점수가 높은 이과생이 상위권 인문계열 학과에 교차 지원해 합격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18일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서울대 정시 일반전형 인문·사회·예체능 계열 최초 합격자 현황’에 따르면 44%가 이과생이다.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등 주요 대학도 정시 인문계열 지원자의 절반 이상이 이과생인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수능점수로 건국대 공학과 지원 가능권인 자연계열 학생이 연세대 경영학과에 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국대 자연계열 지원 가능권 학생이 고려대 인문계열에 합격하기도 했다.

문·이과 학력 격차의 핵심 요인은 수학 실력이다. 1993년 수능 도입 이후 처음으로 문·이과 학생들이 ‘칸막이’를 치우고 경쟁하게 되자 수학 과목에서 높은 표준점수를 받은 이과생들이 두각을 나타낸 것이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에 따르면 이번 수능에서 수학 1등급을 받은 학생의 약 94%가 이과생인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취업난이 심해지고 의약계열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성적 상위권 학생들의 이과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과생의 시련은 입시에서 끝나지 않는다. 졸업 이후엔 ‘취업절벽’이 기다린다. 현대자동차·SK·LG그룹 등 대기업들이 문과생의 주요 취업 통로였던 공채를 폐지하고, 정보기술(IT) 관련 인재 채용을 늘리면서 문과 전공자의 취업난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대비 2021년 상반기 정보통신기술 전공자의 취업률은 24.0% 증가했지만 인문학 전공자는 2.4% 감소했다.

‘문과의 보루’로 여겨지던 금융회사들도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이과생 채용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컨설팅업체 인사담당자는 “주로 문과 출신으로 구성된 회계법인 감사파트도 자동화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재를 선호하는 추세”라며 “이대로라면 문과가 설 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최만수/김남영/최세영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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