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건설기계 업체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삼성물산과 손잡고 글로벌 건설현장 무인화 시장 공략에 나섰다. 점점 줄어드는 숙련 노동인력과 강화되는 안전 규제라는 건설산업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18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삼성물산 본사에서 ‘건설 자동화·무인화 기술 상호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동욱 현대두산인프라코어 기술원장(부사장)과 이병수 삼성물산 사업개발실장(부사장)등 양사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MOU는 각각 건설기계와 건설 분야에서 1위인 두 기업이 건설현장에 무인 장비를 운용하기 위해 기술개발을 함께 진행하는 첫 사례다. 최근 건설현장에 노동인구 감소와 숙련공 부족, 안전문제가 떠오르면서, 두 회사가 선제적으로 건설현장에 자동화, 무인화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힘을 합친 것이다.
양사는 이번 MOU를 통해 성토작업(흙을 운반하여 지반 위에 쌓는 작업)에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불도저, 다짐롤러 등의 장비 무인화 시스템을 개발하고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장비 무인화 시스템 개발은 레트로핏(Retrofit)형식으로 진행된다.
레트로핏은 기존 기계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거나 네트워크 기술을 접목시켜 장비를 디지털화하는 것을 말한다. 완전히 새로운 장비를 개발하는 것보다 시간 및 비용에 있어 효율적이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2019년 시연에 성공한 무인화 기술인 ‘컨셉트-엑스(Concept-X)’를 활용해 무인화 시스템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드론을 활용해 3차원으로 현장 정보를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장비를 관제하는 ‘사이트클라우드(XiteCloud)’기술을 기존 운행 중인 불도저, 다짐롤러 등에 접목시키는 방식이다.
삼성물산은 오랜 건설 노하우를 시스템 구축에 접목한다. 수력발전, 공항, 항만, 태양광 등 토목공사를 통해 축적된 노하우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관제 기능이 포함된 시공, 공정 계획과 다수의 무인 장비를 운용할 수 있는 통합 관제 시스템을 구축한다.
두 회사는 토공작업에 비해 작업 환경이 단순한 성토작업 무인화 기술의 상용화가 이른 시일 내에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 삼성물산이 시공하는 대형 공사 현장에서 실증을 거칠 예정이다. 성토 공사가 주요 공정인 대규모 댐, 공항, 택지개발, 도로 및 철도 공사에 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건설분야 자동화 로봇 시장규모는 2020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23.3%씩 급성장해, 2027년 78억8030만달러(9조4400억여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욱 현대두산인프라코어 기술원장은 “삼성물산이 갖고 있는 공사 관련 빅데이터와 우리가 보유한 무인화 기술이 합쳐 진다면 보다 안전하고 혁신적인 건설현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번 기술 개발을 통해 건설분야 무인화, 자동화 시장을 선점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병수 삼성물산 사업개발실장은 “건설현장의 안전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무인화 기술은 한 단계 도약을 위한 필수 과제”라며 “이번 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스마트건설 시장을 선도하는 회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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