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욱의 두 얼굴…촬영할 땐 멋진 형, 뒤에선 흉기 들고 폭언

입력 2022-02-20 11:33   수정 2022-02-20 13:48


정창욱 셰프 폭행 사건의 전말이 공개됐다.

정창욱 셰프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등의 요리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그가 서울 중구에서 운영하고 있는 금산제면소는 미쉐린 가이드 2020 빕 구르망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요리 유튜브 채널을 통해 팬들과 소통해온 친근감 넘치는 셰프였다.

정 셰프는 지난 1월 특수폭행·특수협박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지난해 8월 개인 방송 촬영차 방문한 미국 하와이에서 촬영에 참여한 동료들을 폭행하고 흉기로 협박한 혐의를 받았다.

피해자 신영호 씨는 지난 19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서 "너무 무서웠다. 진짜 죽을 것 같았다. 뭐라고 한마디 실수를 하면 나는 진짜 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하와이에서 신 씨는 정 셰프의 유튜브 촬영 동안 운전을 맡고, 정 셰프는 신 씨의 사업을 돕기로 했다. 정창욱 셰프와 신 씨, 편집자 윤모 씨는 같은 숙소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토록 만나고 싶던 스타와 함께하는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 신 씨는 "처음엔 성공한 사업가, 요리사임에도 불구하고 스태프 챙기고 카리스마도 있어 보이고 누가 봐도 멋진 형이었다"고 했다.

이틀 후 유튜브 촬영이 있는 날, 정 셰프가 지인의 집을 찾아가 요리를 하고 먹고 즐기는 내용을 촬영했다. 정 셰프는 요리를 하면서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고.

신 씨는 "술을 마신 후 자정이 가까운 시간 숙소로 올라가서 해장 음식을 만들었다. 그러다 '인터뷰는 잘했어?'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셰프님이 해줬던 음식 중 가장 맛있었던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었다고 했다. 내심 되게 잘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정창욱 셰프는 갑자기 불같이 화를 냈다고. 신 씨는 "(정 셰프가) '감히 내 선임한테 그런 질문을 해? 내 인생을 망쳤어'라고 하더라. 약통을 잡고 윤 씨 얼굴 왼쪽을 계속 때렸다. 'XX야 기억이 안 나?', '돌아가 XXXX야'라고 하더니 갑자기 주방으로 성큼성큼 갔다"고 했다.

주방에 간 정창욱 셰프가 꺼내 든 것은 칼이었다. 신 씨는 "(정 셰프가) 오른손으로 칼을 들고 편집자의 왼쪽 목에 댔다. '목을 확 그어버린다. 죽여버린다'라고 했다. 그리고 칼을 내려서 배 쪽으로 가져다 대더라. '죽여버린다. 너희가 내 인생을 망쳤다'라며 혼자 난동부렸다. 그리곤 벽에 칼을 확 찌르고 뽑은 뒤 우리에게 와서 책상 위에 칼을 꽂았다"고 했다.

다음날 신 씨는 도망치듯 숙소를 떠났다. 크게 다친 곳은 없었으나 큰 충격을 받았다고. 신 씨는 "처음 한국 들어왔을 때는 공포감이 심해서 집 밖을 안 나가고 아무것도 못 했다. 한국 와서도 그 사람이 계속 입막음을 할 거 같은 공포감이 심했다. 호신용 무기도 알아봤다. 정신적으로 불안할 때는 발목에 호신용 무기를 꼽고 나갔다"고 털어놨다.
9개월 간 36편 콘텐츠 만들었지만…한 푼도 안 준 정창욱
결국 신 씨는 지난해 9월 말 정창욱을 수사기관에 고소했다. 신 씨와 함께 하와이에서 정창욱 셰프에게 수모를 당했던 피해자 윤 씨도 어렵게 용기를 냈다.

윤 씨는 지난 9개월간 정창욱 유튜브 채널을 촬영하고 편집을 하며 거의 매일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처음엔 조회수가 잘 나오면 정 셰프에게 크게 칭찬을 받기도 했다. 그는 "그 사람과 영상 촬영을 한다는 게 제 입장에서 큰 경력이었다. 사회 초년생이 가질 수 있는 커리어 중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회수가 잘 나오자 정 셰프는 윤 씨에게 유튜브 수익의 25%를 나눠주겠다고 약속했다. 윤 씨는 9개월간 단 한번도 입금받지 못했다. 그는 "돈을 줄 때가 되면, 정산일이 되면 계속 '이번 음식 촬영하는데 돈이 많이 들었다', '적자라 못 주겠다'고 하더라. 지금까지 입금받은 돈은 한 푼도 없다. 제 계좌번호도 모를 것"이라고 토로했다.

윤 씨는 총 36편의 콘텐츠를 만들었지만 정당한 댓가는 커녕 정창욱 셰프에게 각종 수모를 당해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카메라 촬영할 때는 욕 안 하고 성격 좋은 형인 것처럼 계속 웃고, 행동하다가 카메라가 꺼지면 또 달라진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4월 유튜브 촬영 중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정 셰프가 소주 사 오는 장면부터 찍으라고 했고, 편집자가 자리를 비우고 소주를 구매해 오자 갑자기 욕설을 내뱉은 것이다. 영상에서 정 셰프는 '내가 광대냐 XXXX야'라며 폭언을 계속했다.

이계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그의 행동에 대해 "음주가 통제능력을 약화시켜서 분노 조절을 더 못하도록 악화시키는 방아쇠 역활을 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정 셰프는 음주운전으로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윤 씨는 "촬영하는데 기분이 너무 안 좋다고 하더라. '나 운 안 좋게 음주운전 걸렸어. 어디 가서 얘기하지 마'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에게 되게 친절하게 해서 언론에 퍼지지 않을거야'라고 하더라.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화가 났다"고 했다.

음주운전 적발로 면허 취소를 받은 정 셰프가 2개월 후 운전을 하고 있다는 영상이 촬영되기도 했다. 전문가는 음주운전 조사 후 60일 경과됐는데 운전을 했다면 무면허 운전일 확률이 높다고 전했다.

박지훈 변호사는 "임금 미지급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 구두계약을 하더라도 입증자료가 있으면 근로 계약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줄줄이 나온 정창욱 폭언 피해자들
이들뿐만 아니라 정 셰프의 폭언을 목격한 사람은 방송가에도 있었다. 그가 과거 출연했던 한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이었던 서미영(가명) 씨는 2015년 7월 이탈리아에서 벌어졌던 일에 대해 전했다.

그는 "캐주얼한 레스토랑 예약을 했는데 식당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차에서 뛰어 내리자마자 CP의 목을 잡았다. 얼굴을 들이밀면서 '이런 걸 우리에게 먹게 한 거냐. 너 죽을래?' 욕설과 함께 위협을 가하는 행동을 여러 번 했다"고 말했다.

촬영 내내 아슬아슬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서 씨는 "분노에 차고 살기가 가득한 눈빛은 처음 봐서 그 옆에서 부들부들 떨리더라"라고 털어놨다.

신 씨는 그날의 상황을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또 다른 피해자들이 줄줄이 수면 위로 나왔다. 정 셰프와 함께 일했던 요리사들 또한 그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한 여성 요리사는 트라우마가 생겨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고 했다. 그는 "직원끼리 부딪쳐서 접시가 깨졌다. 이유 묻지 않고 뺨을 때렸다. 너무 당황해서 눈물이 나려고 그러니까 '눈물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죽여버린다. 신고하려면 해보라. CCTV 아래라 안 찍혔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10년 전 정 셰프 음식점에서 근무했건 김진호(가명) 씨는 직원이 한 명 뿐이라 대부분의 일을 도맡아 했고 하루 13~14시간씩 주 6일을 일했다. 하지만 그의 첫 월급은 70만 원이었다고.

김 씨는 "4대 보험이나 최저시급에 맞춰서 줄 수 없느냐고 말했고, '형이 다음 달에 해줄게' 이런 식이었다"고 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단순히 피해자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살상의 의지가 보이는 아주 심각한 폭력이고 범죄"라며 "처음부터 칼을 들지는 않았을 거다. 작은 욕을 하든지 하다가 점점 진화한 것이다. 오랫동안 폭력이 학습되었을 것이다. 10~20년 동안 많은 피해자가 있었을 거라고 보인다"고 했다.

정창욱은 이후 유튜브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2021년 8월에 있었던 사건은 명백한 저의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당사자 두 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 당시 두 분이 겪었을 공포와 참담함은 가늠할 수 없다.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는 "사건 이후에도 당사자들에게 간단한 미안함의 표시밖에 하지 못했고 뒤처리도 전무했다. 엄청난 일을 벌여 놓고도 '다 이해해 주겠지',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위험한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 "사건 당사자 두 분의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최선의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며 사법기관의 판단에 성실히 따르고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편집자 윤 씨는 "저희에게 연락 오는 사람들이 많다. 똑같이 욕설 듣고 폭행당했다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분들에게도 사과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반성하는지만 좀 들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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