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자 최후의 안전자산. 투자 자산으로서 금(金)의 가치를 논할 때 빠짐없이 따라붙는 표현이다.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금테크’에 관심이 커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최근 금값 급등도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달에도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소비자물가가 30~40년 만에 최대폭으로 치솟으면서 글로벌 시장은 인플레이션 공포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둘러싼 지정학적 우려도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해 금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지난 반년간 코스피지수가 18% 내리는 동안 국내 금 가격은 조용히 8% 올랐다. 지난주 뉴욕상업거래소에선 금 선물 가격이 1.9% 오르며 약 두 달 만에 가장 큰 상승률을 찍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5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처럼 금 가격이 강력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며 금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것을 권고했다.
그렇다면 지금이 금 투자의 적기일까. 전문가들 사이에선 금테크에 대한 관심은 유지하되 ‘당장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금 투자는 적극적인 투자 차익을 얻기 위한 수단보다 장기적인 분산 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 수요는 당분간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 트로이온스당 1800달러대에서 지지선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로한 레디 글로벌엑스 애널리스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리스크가 계속되는 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 투자를 원한다면 KRX 금시장을 통하는 방법이 있다. 증권사에서 금 현물 계좌를 개설해 1g 단위로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다. 장내 거래만 할 때는 수수료가 0.3%(증권사 온라인 수수료) 수준으로 저렴하다. 매매차익에 대한 양도·배당소득세 등 세금이 없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단 실물로 인출하려면 그 시점에서 가격에 대한 부가세 10%를 내야 하고 인출 자체 비용도 있기 때문에 실물 보유 목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시중은행에선 금 통장·신탁을 활용할 수 있다. 금 통장은 외화예금처럼 은행 계좌에 돈을 넣어두면 국제 금 시세와 환율에 따라 잔액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0.01g 단위로 매매할 수 있어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 거래수수료 1%와 매매차익에 대한 배당소득세 15.4%가 붙지만 간편한 투자 방식이 장점이다.
금값 오름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송인 신한PWM 프리빌리지 서울센터 PB팀장은 “최근 금리가 다시 오르고 중앙은행의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이 시작된 만큼 달러 가치가 오르면 금값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잦아들고 시장이 안정화할 때 금을 사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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