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림포장, 골판지 호황에 역대급 실적

입력 2022-02-20 18:06   수정 2022-02-21 00:39


1270㎢. 골판지 상자 제조 전문기업 태림포장의 작년 골판지 원단 생산량이다. 서울 전체 면적(605㎢)을 두 번 덮고도 남는다. 태림포장의 골판지 상자는 과일, 채소 등 식료품 운송 포장부터 해외 자동차 부품 수출용 포장재까지 다양하게 사용된다. 고객사는 2200개가 넘는다. 이복진 태림포장 대표는 “생산 설비와 모바일 주문 시스템, 자동 배차 시스템 등을 연동하는 디지털 혁신과 국내 최대 규모 골판지 원단 생산 설비 ‘콜게이터(Corrugator)’ 설치로 골판지업계 1등 기업의 지위를 굳히겠다”고 말했다.
‘금판지’ 덕에 창사 이후 최대 매출
태림포장은 1976년 4월 설립된 국내 1위(시장 점유율 23%) 골판지 원단 및 상자 제조기업이다. 골판지 제조업계는 원료인 ‘원지’를 비롯해 상자 겉면과 구불구불한 골심지 등을 생산하는 ‘원단’, 이 원단으로 만드는 ‘상자’ 등 세 단계 생산 과정으로 이뤄져 있다. 태림포장은 원단과 상자에 특화돼 있다. 모회사인 태림페이퍼 등으로부터 두껍고 단단한 황토색 종이인 원지를 공급받는다. 이후 원지에 골심지를 부착해 원단을 만들고 규격에 맞춰 자르고 접어 상자를 제작한다.

골판지업계 및 증권가에서는 태림포장이 작년 4분기까지 매출 7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추정했다.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이다. 전년 대비 26%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300억원 이상으로 분석했다.

골판지는 요즘 ‘금판지’로 불린다. 수출 증가와 재택근무 등에 따라 수요가 크게 늘어났는데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서다. 골판지 가격은 작년 3분기 기준 ㎡당 521원으로 2020년 ㎡당 417원에서 24% 이상 올랐다. 태림포장이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배경이다. 이 대표는 “수출 포장용 골판지 상자 주문이 대폭 늘어났고 택배용 상자, 플라스틱 대체 친환경 포장재 수요도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투자로 시장 지배력 강화”
골판지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태림포장은 대규모 설비투자와 생산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올해와 내년 700억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규모 콜게이터를 충북 청원 공장에 설치한다. 이번에 설치하는 콜게이터는 골판지 원단을 폭 2800㎜ 너비로 분당 최대 450m씩 생산할 수 있다. 기존 국내에 설치한 콜게이터들은 폭 1800㎜에 분당 250m씩 생산한다.

디지털 혁신도 가속화하고 있다. 태림포장은 매일 1400건 이상의 팩스 주문을 대체할 모바일 시스템을 전국 9개 사업장에 통합 설치하고 물류 자동화 시스템을 최근 완성했다. 이 대표는 “수기로 처리하던 출하 시스템을 디지털화해 연간 운송비용을 3억원 이상 줄였다”고 했다. 지난달부터 딜로이트컨설팅과 통합정보시스템 구축도 시작했다. 이 대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완성되면 제조원가 관리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회사 태림페이퍼 상장도 태림포장 경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태림페이퍼는 지난달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이르면 올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다.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이 신규 설비투자 등으로 이어지면 태림포장의 골판지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수 있다. 이 대표는 “2025년까지 태림포장과 태림페이퍼를 합쳐 매출 2조원, 영업이익 2000억원 시대를 열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했다.

시흥=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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