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리치 잡자"…백화점4사, 경기남부 '쟁탈전'

입력 2022-02-20 18:03   수정 2022-02-21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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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로 30분 거리, 영 앤 리치가 가득한 상권.’

판교부터 용인, 광교, 동탄에 이르는 경기 남부 상권을 잡기 위한 백화점들의 쟁탈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고임금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입주, 인구 증가, 주택가격 상승 등이 맞물리며 서울 못지않은 백화점들의 핵심 격전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기존 강자인 신세계 경기점(2007년 개점)과 현대 판교점(2015년)에 이어 갤러리아 광교점(2020년 3월), 롯데 동탄점(지난해 8월) 등 신규 점포가 가세하면서 경기 남부 광역상권의 ‘진검승부’가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 판교, 10㎞ 이상 고객이 60%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10㎞ 이상 원거리 지역 고객 비중(매출 기준)은 58.1%에 달했다. 현대백화점 전체 점포 평균인 32%보다 크게 웃도는 수치다. 판교점 오픈 첫해인 2015년엔 38.6%였지만 용인·광교·안양·여주 등 경기 남부 광역 수요를 꾸준히 흡수하며 원거리 고객을 끌어들였다. 현대 판교점이 최근 2년 연속 매출(판매액 기준) 1조원을 돌파한 비결이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경기 남부 상권은 경부고속도로를 통한 접근 편의성 등으로 꾸준히 광역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삼성전자 기흥·화성사업장 등 대기업, 네이버를 비롯한 IT 기업의 ‘영 앤 리치’를 잡으려는 경쟁에 불이 붙었다”고 전했다.

경기 남부 백화점 중 가장 북쪽에 자리잡은 현대 판교부터 최남단 롯데 동탄까지의 거리는 약 25㎞다. 경부고속도로로 연결된 덕분에 자동차로 30분 정도면 이동할 수 있다. 최근 용인·화성·오산 등지의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도 백화점들이 지역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올해부터는 신규 점포들도 본격적으로 원거리 고객 확보전에 나설 태세다. 작년 8월 개점한 롯데 동탄점은 올 들어 광교, 용인 등지의 ‘북쪽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해 개점 이후 동탄 등 근거리 수요는 안정적으로 확보했다는 판단에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점포 반경 5㎞ 내 1차 상권 고객 비중은 오픈 초기 20% 수준에서 최근 40% 이상으로 급증했다”며 “이젠 판교까지 올라가기 번거로운 광교, 용인 고객들을 흡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갤러리아 도전에 신세계 ‘방어’
광교·용인의 기존 점포들도 확장 전략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청담동 명품관, 대전 타임월드와 함께 갤러리아의 ‘트로이카 점포’인 광교점은 지난해 오픈 첫해보다 60.9% 증가한 601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자동차로 15분 거리(약 7㎞)에 있는 신세계 경기점(죽전)의 매출(5889억원)을 단숨에 앞질렀다. 탄탄한 집객력으로 경쟁 업체들을 놀라게 했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탄탄한 명품 라인업과 세계에서 가장 큰 1280㎡ 규모 삼성전자 스토어 등 특화매장이 큰 역할을 했다”며 “올해는 3대 명품(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 경기점은 절치부심하고 있다. 2007년 연 신세계 경기점은 원래 경기 남부 지역의 터줏대감이었다. 2009년 ‘광역상권 공략’을 내걸고 죽전점이었던 이름을 경기점으로 바꿀 정도였다. 하지만 2015년 현대 판교점의 등장을 기점으로 매출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신규 경쟁 점포들의 도전까지 받는 상황에 처했다. 신세계는 상권 방어를 위해 투자를 택했다. 지난해 2월 리빙, 7월 식품, 10월 명품·화장품관을 잇따라 리뉴얼했다. 명품·화장품관은 ‘럭셔리’를 강조하기 위해 미국 최고급 건축회사인 올슨쿤딕에 설계를 맡겼다. 현대 판교점은 지난달 6950㎡ 규모의 유플렉스를 리뉴얼 오픈하는 대규모 투자를 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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