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 《인생론》의 이 일화는 최우선 목표가 무엇인지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벗어나 다른 것에 집착하면 의도와 상충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번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대결의 장으로 봤다. 상대도 명확했다. 각종 규제에도 급등세를 이어간 집값은 ‘투기의 산물’이라고 진단 내렸다. 집값 상승은 불로소득을 얻는 것이고, 과거 복부인 같은 투기 세력이 시세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내 집 마련하겠다는 실수요는 못 본 척하거나 ‘광의의 투기’로 간주했다. 전세 낀 집을 사면 실수요가 아니라 ‘갭투자’로 보는 게 대표적이다.
이번 정부의 전신인 노무현 정부도 집값과 싸웠다. 실거래가신고제와 종합부동산세, 개발이익환수제 등 총공세를 벌였다. 하지만 ‘버블 세븐’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만큼 집값은 급등했다.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으니 와신상담의 고민이 있었으리라. 하지만 집값이 상승하는 것은 투기 때문이라는 좁은 인식을 바탕으로 한 정책이 성공할 리 없다.
서울 강남,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의 집값이 비싼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매장 앞에서 밤새 기다리면서 명품 핸드백을 사는 게 일상이다. 자동차, 옷 등은 물론이고 라면까지 프리미엄 제품이 나온다. 아파트도 몇몇 곳은 가격이 아주 비쌀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유동성 확대로 전 세계에서 주식, 부동산, 원자재 등 무엇 하나 안 오르는 게 없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 시대였다. 그런데 한국 정부만 지난 5년간 “집값만은 오르면 안 된다”며 고집을 부렸다. 반시장적 규제로 집값 상승폭만 더 늘려준 게 이번 정부의 20번 넘는 부동산 대책이다.
아파트도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재화다. “이래도 안 내려” 식의 감정적인 규제 폭탄을 퍼붓는다고 항복 깃발을 올릴 생명체가 아니라는 얘기다. 차기 정부는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사회계층 갈등과 대립 차원에서 집값을 바라보는 오류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집값과의 전쟁’을 멈추면 주택 정책 본연의 목표가 다시 눈에 들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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