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광주 쇼핑몰·설악 케이블카, 정치가 빠져야 문제 풀린다

입력 2022-02-20 17:41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광주 시민들이 복합쇼핑몰을 간절히 바라는데 더불어민주당이 유치를 반대해왔다”며 “무슨 자격으로 막느냐”고 비판하고, 유치 공약을 내걸면서다. 그러자 민주당은 “갈등의 정치를 부추긴다” “광주 정신 훼손”이라고 비판하다가 “대형쇼핑몰이 없는 게 광주정신이냐”는 등 비난 여론이 거세자 “반대한 적은 없다”고 말을 바꿨다.

인구 144만 명인 광주는 광역시 중 복합쇼핑몰이나 창고형 대형할인점이 없는 유일한 곳이다. 유통업계가 광주 진입을 시도할 때마다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이 골목 상권 보호를 명분으로 방해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신세계의 복합 쇼핑몰 추진에 대해 재검토 요구를 했고,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2017년 대선 때 “중소상인의 밥그릇을 빼앗는다”며 반대했다. 그래놓고 역풍이 일고, 선거에서 불리하게 돌아가자 “사업주 스스로 철수한 것”이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

복합쇼핑몰은 정치 논리가 아니라 지역 경제와 소비자 편익으로 접근해야 함은 물론이다. 지난해 광주 지역 신문 여론조사에서 복합쇼핑몰 찬성이 58%로 반대(10%)보다 6배 많았다. 복합쇼핑몰의 편리함에 대한 시민들의 갈증이 크다는 방증이다. 여당은 야당의 공약에 허를 찔린 듯 이리저리 말을 바꿀 게 아니라 지역민들이 진정 원하는 게 뭔지 살피는 게 우선이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도 마찬가지다. 지역민들은 지난 40년간 케이블카 설치를 간절히 원했고, 박근혜 정부에서 시범사업으로 조건부 승인까지 받았으나 환경부와 환경단체들이 발목 잡는 바람에 제자리걸음이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여당의 태도다. 이 후보는 지난달 강원도를 방문, “등산 라인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설악산의 희소성이 사라진다”며 반대했다. 지역 민심이 악화하자 다음날엔 “환경훼손이 최소화되는 대안이 제대로 구축되면 가능한 방안”이라며 180도 바꿨다.

여당 지도부도 지난 16~18일 강원 유세에서 오색케이블카 설치 뒷받침을 약속했다. 같은 시기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도 이 지역을 방문해 “집단민원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옴부즈맨 기관으로서 노력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관권 선거 시비를 낳을 수밖에 없다. 경제보다 표 논리가 우선된 것으로, 선거가 끝나면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복합쇼핑몰이든, 케이블카든 정치가 배제돼야 문제가 제대로 풀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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