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최모씨(32)는 지난해 12월 마이너스통장에서 900만원을 대출받아 체인링크, 메타디움 등의 암호화폐를 샀다. 비트코인 가격이 6만9000달러에서 5만달러대로 내려앉은 것을 보고 저점이라 판단해 추가 매수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비트코인은 4만달러대로 더 떨어졌다. 현재 수익률은 -41%. 투자금 2200만원 중 900만원을 잃은 상태다. 그는 “매달 빠져나가는 대출 이자까지 올라 종잣돈을 모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자산시장의 ‘유동성 파티’가 끝나가면서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로 꼽히는 가계대출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씨 사례처럼 빚을 내 투자에 뛰어든 청년들이 금리 상승기에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경고다.
2030세대는 코로나19 이후 기성세대보다 공격적으로 자산 투자에 나섰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30대의 주식 보유 잔액은 2019년 말 14조원에서 2021년 말 39조원으로 2년 만에 178% 늘었다. 부모 세대인 50대(108%)와 60대(95%)보다 증가율이 훨씬 높았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41.7%를 사들인 것도, 업비트 이용자의 60%를 장악한 것도 20·30대였다. 문제는 이들의 빚이 불어난 속도가 다른 연령대보다 2~3배쯤 빨랐다는 것이다. 2030세대의 가계대출은 작년 6월 말 기준으로 458조원에 이른다. 금융연구원은 “30대 이하가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했고, 청년 다중채무자의 카드론 등 비은행 신용대출이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세 곳 이상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20·30대 다중채무자는 작년 6월 말 기준 132만7115명, 이들의 채무는 150조원에 달했다. 전셋값 폭등 탓에 20·30대가 받은 전세자금대출도 2년 새 33조원 넘게 불어났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산가격 하락 국면에선 금리 인상의 충격이 더 커 최악의 경우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거 수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방심하고 간과해온 가계부채발(發) ‘회색 코뿔소’ 공포가 몰려 오고 있다는 것이다.
임현우/양길성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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