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 부문장)은 기술을 통해 환경·사회 문제 등을 해결하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발표 시간 대부분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설명했다는 점에 할애했다.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강조하기에 바빴던 예년 CES 기조연설과 대조적이었다.
삼성전자는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으로 얻은 전기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미 미국, 유럽, 중국 지역 모든 사업장에서 2020년 기준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했다. 한국 등 다른 지역에서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단기적으로는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와 재생전력 요금제를 활용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공급계약을 확대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수원사업장, 기흥사업장, 평택사업장 등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했다”며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원 재활용도 삼성전자의 역점 사업 중 하나다. 중고 갤럭시 스마트폰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갤럭시 업사이클링(Galaxy Upcycling)’ 프로그램과 TV, 가전제품 패키지를 활용해 생활 소품을 만드는 ‘에코 패키지(Eco Package)’ 등이 업계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갤럭시 기기 신제품에 해양 폐기물을 재활용한 친환경 소재를 적용하고 있다. 갤럭시 S22의 경우 키 브래킷(key bracket) 부품과 S펜 커버 부품 등에 폐어망 소재를 약 20% 함유한 새로운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가 들어간다. 1년에 전 세계적으로 버려지는 어망이 64만t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해양 폐기물을 재활용한 소재를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MX사업부(옛 무선사업부) 전 제품군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반도체 폐기물로 수입 광물을 대체할 수 있는 신기술도 개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제철, 제철세라믹(재활용업체) 등은 지난해 8월 반도체 폐수 찌꺼기를 제철 과정의 부원료로 재사용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해 환경부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현대제철은 신기술로 추출한 30t의 형석 대체품을 사용해 철강재를 생산했다.
최근엔 반도체에도 ‘탄소 저감 인증’이 붙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20종의 메모리 반도체 제품이 ‘제품 탄소 발자국’ 인증을 받았다. 시스템 반도체 중엔 모바일 SoC(시스템온칩) ‘엑시노스 2100’, 모바일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HM2’, 디지털 TV SoC ‘S6HD820’ 등이 탄소 저감 인증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사업장 단위의 친환경 활동도 외부 기관의 인증을 받고 있다. 지난해엔 삼성전자의 모든 반도체 사업장이 영국 카본트러스트의 ‘탄소·물·폐기물 저감’ 인증을 받아 화제가 됐다. 회사 측은 모든 사업장이 카본트러스트 인증을 받은 반도체 업계 첫 번째 사례라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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