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 비밀무기 된 AI…펀드 운용·투자 유치 속도낸다

입력 2022-02-21 15:04   수정 2022-02-21 15:05

인공지능(AI) 기반 투자가 기업들의 ‘실적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간 자본시장 신뢰도가 높지 못한 분야였지만, 차츰 수익을 내기 시작하면서 운용 방식의 한 갈래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펀드 운용 규모와 투자 유치 방면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영업이익 절반 AI가 해냈다
이스트소프트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 894억원, 영업이익 124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9%, 111% 증가한 수치다. 보안·유틸리티 소프트웨어(SW) 실적과 이스트게임즈의 게임 ‘카발 모바일’ 해외 사업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실적 성장 중심에는 ‘엑스포넨셜자산운용’이 자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설립된 엑스포넨셜자산운용은 이스트소프트 AI 전문조직 ‘AI 플러스랩’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AI 퀀트 전문 하우스다. 엑스포넨셜자산운용의 수익은 지난해 이스트소프트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펀드 운용 규모는 662억원에서 1406억원으로 커졌다. 코스닥벤처펀드, 하이일드펀드 등 운용 펀드 대부분 수익률이 20%를 기록하면서 성과보수 등이 크게 뛰었다.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주가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의 상관관계를 도출하고, 시장 방향성을 예측하는 영역에서 AI의 도움을 받은 결과다.

신한AI는 신한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로, ‘종합 AI 금융 전문사’를 표방한다. 환율 등 600개가 넘는 리스크 변수를 학습한 AI가 시장 하락 확률을 예상하는 기술력을 갖췄다. 시중 펀드 26만여 개를 분석해 AI가 상품을 추천하는 투자자문도 가능하다. 실적 자체는 규모가 크지 않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설립 첫해인 2019년 30억원의 상당 매출을 낸 신한AI는 2020년 102억원, 지난해 3분기까지 86억원을 벌어들이며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투자 유치 100억원은 ‘기본’
운용하는 자금 규모와 투자 유치 성과도 호조세다. AI 투자 서비스 ‘핀트’를 운영하는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운용자산이 1000억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2020년 KB증권과 엔씨소프트가 출범시킨 조인트벤처(JV)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은 AI 자산배분 엔진 ‘아이작’을 자체 개발해 보유 중이다. 지난해 BC카드로부터 99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AI 투자 전문기업 파운트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뉴욕증권거래소에 직상장시켰다. 해당 테마 ETF 2종은 자산 규모가 우리 돈으로 200억원을 넘어섰다. 각 기업의 실적보고서와 금리 등 변수를 학습한 AI가 종목 변경과 비중을 자체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해 말에는 하나금융투자, 스마일게이트,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40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마무리했다.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콴텍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운용자산이 1조535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초 1000억원을 돌파한 지 9개월 만에 15배 성장한 것이다. 지난해 신한캐피탈, 오르비텍 등의 자금이 투입되며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110억원을 넘어섰다. 콴텍은 AI 기반 위험관리 모듈 ‘Q-X’를 상품 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Q-X는 연초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폭락을 예측하며 KB증권, DB금융투자 등 6개 상품 운용 기관의 손실을 줄이는 성과를 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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