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채꽃 바다에 빠져 '봄'

입력 2022-02-21 15:35   수정 2022-02-21 15:36

벌써 3년. 길다면 긴 세월을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살게 될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자유로이 세계를 넘나들던 여행의 길목이 막힐지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사이 제주는 바다 건너 갈 수 있는 자유로운 여행지로 사랑받았다. 코로나19로 지치고, 여행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힐링의 섬이 됐다. 전염병의 전파 속도는 무서운 기세로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지만 계절은 또 오고 그 섬에 꽃이 피었다. ‘제주의 꽃?’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은 유채꽃이 아닐까 싶다. 파란 하늘 아래 부드러운 봄바람이 불어와 노란 물결이 일렁이면 제주의 봄빛은 그의 꽃말처럼 쾌활하다. 꽃망울은 동서남북 어디에서나 명랑하게 손을 흔든다. 유채꽃이 화사하게 핀 제주의 명소 6곳을 소개한다.

비취색 바다와 유채꽃의 조화, 서우봉
섬의 동쪽인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함덕 서우봉 일대는 비취색으로 물든 바다와 노란 유채꽃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마을이다. 바다 곁에 솟은 오름인 서우봉은 봄이 되면 가파른 비탈에 유채꽃이 만발한다. 올레 19코스 ‘조천-김녕 올레’에 속한 서우봉에는 함덕리 주민들의 땀이 배어 있다. 2년 동안 오름 둘레를 낫과 호미로 일구어 2.5㎞의 산책로를 조성했다. 이 덕분에 오르기 쉬워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샛노란 유채꽃밭이 푸른 바다와 맞닿는 진귀한 풍경을 만나게 된다.
광치기해변 주변의 ‘유채바다’…성산 유채꽃재배단지
서귀포시 성산읍 일출로 성산 유채꽃재배단지는 유채꽃과 성산일출봉, 바다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곳이다. 제주의 거친 바람 속에서 5000년의 세월을 견뎌낸 성산일출봉은 넓은 그릇 모양의 거대한 분화구를 지녔다. 분화구 가장자리에는 99개의 봉우리가 둘러 있어 거대한 성벽처럼 보인다. 성산일출봉은 유채꽃밭 위에서 기세등등하게 존재감을 뿜어낸다. 그 곁의 광치기해변에서는 썰물이면 초록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용암지대가 드러난다. 뜨거운 용암이 차가운 바닷물과 만나 식으면서 만들어진 암석에는 푸른 이끼가 가득하다.
봄 제주 최고의 장면, 녹산로 유채꽃길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의 녹산로 유채꽃길은 가시리 마을 입구에서 10㎞ 정도 이어진 2차선 도로다. ‘시간을 더하는 마을’이라는 뜻처럼 가시리 녹산로는 시간을 더 내어 드라이브하고 싶은 길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뽑혔을 만큼 유명하다. 녹산로 근처에 솟은 따라비오름, 큰사슴이오름 등 높고 낮은 오름의 능선을 따라 유채꽃밭이 드넓게 펼쳐진다. 제주의 유채가 여기에 다 모였나 싶을 정도다. 3월 말이면 녹산로 양옆 길가에서 유채꽃과 더불어 벚꽃이 팝콘처럼 꽃망울을 터트린다. 두 꽃이 만나는 순간은 봄날 제주 최고의 장면이다.
모네의 그림에 나온 듯…엉덩물 계곡
서귀포시 색달동 엉덩물 계곡은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유채꽃 명소다. 엉덩물 계곡이라는 이름의 배경부터 재미있다. 계곡의 지형이 험해 물을 마시고픈 짐승들도 다가가지 못하고 엉덩이만 들이밀어 볼일만 보고 돌아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런 굴곡진 계곡을 따라 물 흐르듯 피어 있는 유채꽃의 향연은 드라마틱하다. 꽃으로 뒤덮인 계곡을 건너는 아치 다리도 모네의 수련 작품 같다. 엉덩물 계곡은 중문관광단지 롯데호텔 산책로와 이어진 올레 8코스의 일부로, 계단을 따라 높은 곳에 올라서 내려다보면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제주 최남단 유채 명소, 산방산 용머리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의 산방산·용머리 일대는 제주 최남단이라 다른 지역보다 일찍 유채꽃을 만날 수 있다. 종을 엎은 모양으로 장대하게 솟아 있는 산방산 아래에는 유채꽃밭이 여기저기 펼쳐져 있다. 화산인 산방산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건지려면 입장료를 내고 꽃밭 한가운데로 들어가야 한다. 산방산 아래에는 마치 용머리가 바다로 달려나갈 기세의 절벽이 나 있다. 수천만 년 동안 켜켜이 쌓인 사암층이 파도에 깎이며 신비로운 암벽을 이룬 용머리해안 주변도 유채꽃 명소로 꼽힌다.
돌담 너머 핀 정겨운 유채…한담해안산책로
제주시 애월읍 곽지리 한담해안산책로는 애월리 마을에서 곽지해수욕장까지 해안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구불구불 해안선을 따라 유채꽃길이 이어진다. 소담하게 핀 유채꽃을 감싸는 돌담과 에메랄드빛 바다 사이로 난 길을 걷다 보면 이 길이 가장 제주다운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노을이 내리는 바다와 돌담 너머 핀 유채꽃도 금빛으로 물든다. 동쪽에서 출발해 남쪽을 거쳐 북서쪽까지 노란 봄빛을 따라간 여정에서 꽃은 모두 다른 어투로 말을 걸어온다.

제주=글·사진 이솔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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