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에어컨 제조업체 회장이 공동 부유를 실현하기 위해 고소득자 세금을 늘리고 샐러리맨의 부담은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둥밍주 거리뎬치(영문명 Gree) 회장은 지난 20일 중국중앙TV(CCTV)와의 인터뷰에서 "내달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봉급생활자 소득세 과세 기준액 상향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둥 회장은 "소득이 많은 사람이 세금을 더 내고 봉급자들의 세금 징수는 줄여야 공동 부유가 실현되고 소비가 촉진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소득자들에 대한 소득세율을 현행 45%에서 50~55%로 올리고, 이들이 더 많이 낸 세금을 사회 공공서비스 지원에 사용하면 우리 사회가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 막 가정을 꾸린 젊은 직장인들은 소비 여력이 없다"며 "직장인들의 소득세 부과 기준액을 월급 5000위안(약 94만원)에서 1만위안으로 올리면 실질 소득이 늘면서 부진한 소비도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둥 회장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2021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명단에 중국 여성으로는 가장 높은 58위에 선정됐다. 30대 싱글맘으로 1994년 거리가전의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2001년 사장, 2012년 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중국의 입법기구인 전인대는 내달 3일 1년에 한 번 여는 전체회의를 개최한다. 둥 회장은 전인대를 구성하는 3000여명의 대표 중 하나다.
그는 지난해 초 8만여명의 임직원 전원에게 방 2칸과 거실이 딸린 주택을 퇴직금으로 주겠다고 발표했다. 작년에 1차로 본사가 있는 광둥성 주하이시에 3000여 가구의 주택을 건립, 직원들에게 공급해 약속을 실천하고 있다. 거리는 주하이시 국유기업으로 출범했으며 2019년 사모펀드 힐하우스캐피털에 인수됐다. 둥 회장은 현제 거리의 지분 0.74%를 갖고 있다.
둥 회장의 부자 증세 및 봉급자 세금 부담 완화 추진 발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어젠다인 공동 부유와 맥을 같이 한다. 내달 5일 베이징에서 개막하는 전인대 13기 5차 연례회의에서 공동 부유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이 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일부 재정 전문가들은 부자 증세가 경기를 활성화하려는 중국 정부의 최근 방침에 어긋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고소득자 소득세율을 높이면 해외 인재 유치와 투자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 소비 활성화 차원에서 고소득자를 포함해 소득세 면제 범위를 확대하기도 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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