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텔레콤 회장직을 맡아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AI(인공지능) 사업을 직접 챙긴다. 보수를 따로 받지 않는 미등기 임원 신분이다.
SK그룹은 21일 최태원 회장이 SK텔레콤의 무보수 미등기 회장직을 맡아 AI 사업과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미등기 임원인만큼 이사회에 참여하진 않는다. SK그룹 관계자는 "경영진과 이사회가 근본적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그간 그룹 지주사인 SK㈜는 사내이사 회장을, 에너지 부문 중간지주사격인 SK이노베이션에선 미등기 회장직을 맡아왔다. SK텔레콤은 SK이노베이션에 이어 최 회장이 경영을 직접 챙기는 두 번째 계열사가 된다.
업계는 최 회장의 SK텔레콤 경영 참여가 수년째 강조해온 AI 사업이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5월 AI 전략 TF 아폴로를 출범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진 못했다. 이에 최 회장이 직접 계열사 내 실무 단계부터 AI사업을 챙겨 사업 속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이날 SK텔레콤 사내게시판에 "글로벌 AI 컴퍼니로의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도전을 위한 기회와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며 "SK텔레콤의 도전에 함께 하고자 한다"고 조력자로서의 의지를 밝혔다.
AI는 SK텔레콤이 가장 중요한 미래 먹거리로 공들이는 사업 중 하나다. 지난 달엔 AI 반도체 사업부문을 분사해 ‘사피온코리아’를 세웠다. 구독 서비스 ‘T우주’,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등에도 AI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SK텔레콤은 AI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를 아우르는 서비스형 AI(AIaaS)로 세계 진출을 하는 게 목표다. 이를 달성하려면 SK그룹 각 사를 비롯해 국내외 여러 분야 기업들과 협력이 필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최 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하고 M&A 등으로 사업 영역을 키워본 경험이 풍부하다”며 “AI 사업 기회를 발굴·개발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발표로 SK텔레콤·SK스퀘어·SK하이닉스 등 SK그룹 정보통신기술(ICT) 3사간 시너지 협의체도 더 힘을 받을 전망이다. 세 기업은 AI 반도체 기업을 미국에 설립하고, 1조원 규모 자금을 마련해 ICT 유망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발표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SK텔레콤 회장 역할을 맡으면 3사간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며 “협의체의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신사업 결정 등이 더욱 빠르고 명확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 회장 보임 이후에도 SK텔레콤의 일상적인 경영활동은 전문경영인인 유영상 대표를 중심으로 한 현 경영진이 담당할 예정이다. 주요한 의사결정도 김용학 이사회 의장을 중심으로 한 이사회에서 진행된다.
황정환/선한결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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