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부터 골프 대중화를 선도해온 코오롱FnC는 글로벌, 럭셔리, 플랫폼 등 ‘3개의 화살’을 무기 삼아 골프명가로 부활하고 있다. 지난해 골프 부문에서만 약 1400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1년 만에 패션 매출 ‘1조 클럽’에 재가입했다.
미국 패션 디자이너 마시모 지아눌리가 2011년 로스앤젤레스(LA)에서 론칭한 지포어는 할리우드 ‘셀럽’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유명해졌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PXG, 타이틀리스트 등은 미국의 골프 장비 브랜드가 국내에서 골프웨어로 성장한 반면 지포어는 미국에서 먼저 유명해진 뒤 국내에 들어와 럭셔리 브랜드로 쉽게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2016년 첫선을 보인 자체 브랜드 왁의 기세도 매섭다. 작년에만 480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전년 대비 2배 성장했다. 올 1월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2배로 뛰었다. 특히 해외 성과가 고무적이다. 2020년 일본에 진출해 8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연내 15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문희숙 코오롱FnC 골프사업부문장(상무)은 “왁은 글로벌로 나아가기 위한 코오롱의 핵심 병기”라며 “2019년 재팬 골프페어에 한국 브랜드로는 처음 출품했고, 반응이 뜨거워 다키오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작년 하반기엔 중국 1위 백화점인 SKP의 골프 편집숍에 지포어와 왁이 나란히 입점했다. 왁의 악동 이미지 캐릭터가 인기를 끌면서 중국 수입업자들 사이에선 ‘골프웨어의 MLB’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코오롱의 골프 부문은 오랜 암흑기를 겪었다. 2000년대 들어 아웃도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회사의 주력이 등산복으로 옮겨갔다. 그 사이 파리게이츠 등 일본 브랜드를 한국적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브랜드를 앞세운 크리스F&C가 골프웨어 1위(지난해 매출 약 3800억원)로 올라섰다. 코로나19로 젊은 골퍼들이 유입되면서 캘러웨이, 타이틀리스트, PXG 등 미국계 브랜드들도 전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코오롱FnC는 이런 판도를 뒤집기 위한 플랫폼 전략을 가동 중이다. 2020년에 ‘더카트골프’라는 골프 전문 플랫폼을 출범시킨 배경이다. 문 상무는 “당장 매출 등 외형을 키우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골프 장비, 옷, 소품 등에 관한 코오롱만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32년차 브랜드인 엘로드도 올해 환골탈태에 나선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지포어의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김수정 CD(수석디자이너)가 과감한 변화를 준 엘로드의 올해 봄·여름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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