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무능·위선' 현수막…이번 선거엔 허용한 선관위

입력 2022-02-21 17:45   수정 2022-02-22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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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통령 선거용 현수막과 피켓에 ‘내로남불’ ‘무능’ ‘위선’ 등의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21일 파악됐다.

국민의힘이 지난해 4월 7일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때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이런 단어들을 쓰려고 했을 땐 ‘쓸 수 없다’고 막았던 선관위가 국민의힘이 이런 단어들을 쓰지 않는 이번 대선에선 ‘쓸 수 있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국민의힘은 “선관위의 오락가락 기준과 정치적 편향성이 도를 넘었다”며 반발했다.

선관위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내로남불, 무능, 위선 등의 표현 사용이 공직선거법에 위배되는지’ 묻는 질의에 “공직선거법 제58조의 2(투표참여 권유활동) 또는 제90조(시설물 설치 등의 금지)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이날 제출했다. 선관위는 “내로남불, 무능, 위선 등의 단어만으로는 일반 선거인 입장에서 볼 때 정당·후보자의 명칭·성명이 특정되는 것으로 쉽게 인식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지난해 4·7 재·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이 ‘투표가 내로남불을 이깁니다’ 등의 문구를 사용하려 했을 땐 “내로남불 등의 표현이 특정 정당을 유추할 수 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국민의힘은 당시 이런 표현을 쓰지 못했다. 그런데 1년도 안 돼 선관위 판단이 정반대로 바뀐 것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주술’ ‘신천지’ ‘굿판’ 등의 표현을 선거 문구로 사용하자 선관위가 이를 허용하기 위해 판단 기준 자체를 바꾼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공격을 위해 현수막과 피켓에 이런 표현들을 사용하고 있다. 선관위는 이에 대해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유추할 수 없다”며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다”고 해석했다.

이는 선관위가 지난 4·7 재·보궐선거 때 ‘내로남불’ 등을 못 쓰게 하면서 낸 해명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야권에선 나온다. 당시 선관위는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 엄격한 선거법 때문”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위해선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 ‘주술’ ‘신천지’ 등의 표현을 허용할 땐 선거법 개정 없이 자체적으로 판단 기준을 바꿨다. 결국 민주당에 유리한 쪽으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유권해석을 하는 것 아니냐는 게 야당의 불만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선관위가 정치편향적 행태를 드러내고 있다”고 성토했다.

선관위는 “국민의 정치적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취지로 기조가 바뀌었다”며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유추할 만한 게 아니라면 자유로운 표현을 보장해주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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