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떠오른 6678조 美 개방형 채권펀드

입력 2022-02-22 07:53   수정 2022-02-23 08:57

이 기사는 02월 22일 07:5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빠르게 규모가 늘고 있는 미국 개방형 채권펀드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시장 여건 급변 때 채권 투매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지만 주요 중앙은행들이 정책 정상화에 나서고 있어 적극적인 개입이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국제금융센터는 22일 미국 채권시장의 시스템 위험 요인을 점검하면서 이같이 분석했다.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미 중앙은행(Fed)의 적극적인 대응이 가시화되면서 미국 채권시장에서 개방형 채권펀드의 시스템 리스크(위험요인) 유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방형 채권펀드는 투자 기간과 관계없이 투자자들이 일일 단위로 투자 원금과 수익금에 대해 운용사에 현금 상환 요구가 가능한 채권펀드다. 이미 국제결제은행은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확산했을 때 개방형 채권펀드의 환매가 채권시장의 투매로 이어져 글로벌 금융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인구 국제금융센터 시스템리스크분석부장은 "개방형 채권펀드는 운용 규모가 급격하게 늘면서 영향력이 커진 상황"이라며 "위기 때 환매에 따른 투매 발생 가능성이 있는 데다 보유채권의 유동화 능력이 생각보다 낮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채권시장에서 개방형 채권펀드의 운용규모는 2008년 말 9158억달러에서 지난해 말 5조6000억달러(한화로 약 6678조원)로 6배가량 확대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채권펀드 운용 규모가 급증했다. Fed의 통화정책 완화가 지속된 영향이다. 은행권의 장기·저신용 채권 보유에 대한 규제 강화, 장단기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펀드 수익률 호조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개방형 채권펀드의 운용자산 규모는 2008년 말만 해도 미국 채권시장 잔액의 3.3%였는데 지난해 말엔 11.5%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폐쇄형 채권펀드의 비중은 0.3%에 불과했다.

개방형 채권펀드는 시장 여건이 나빠졌을 때 펀드에 잔존하는 투자자들에게 위험이 전가될 수 있다. 먼저 환매하려는 수요가 투매를 유발할 수 있어서다. 보유자산의 유사성도 높아 특정 부문의 위기 땐 펀드들의 군집행동 가능성도 있다.

윤 부장은 "채권펀드들의 수익성 악화 전망을 감안하면 시장 여건이 불안해졌을 때 환매 유인이 커질 수 있다"며 "Fed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개방형 채권펀드들의 자금유출입 추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방형 채권펀드 투자자들의 환매 급증에 따른 채권 투매가 발생할 경우 코로나19 확산 때처럼 Fed의 적극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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