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루프 상용화' 다시 맞붙은 테슬라·버진

입력 2022-02-22 17:12   수정 2022-02-23 02:22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민간 우주관광 시대를 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초고속 미래형 이동 수단인 ‘하이퍼루프’ 개발을 위해 다시 경쟁하고 있다. 환경을 해치지 않고 빠르게 오가는 이동 혁신을 목표로 삼았지만 실용화 전략은 다르다. 차량용 지하터널 구축에 집중하고 있는 머스크와 달리 버진그룹은 화물용 하이퍼루프 상용화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선언했다. 머스크와 브랜슨의 하이퍼루프 선점 경쟁이 새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다.
버진하이퍼루프, 화물용 개발에 집중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버진하이퍼루프는 최근 사업 영역을 여객용에서 화물용으로 바꿨다. 그동안 여객용 하이퍼루프 사업부 등에서 일하던 직원 111명을 해고하는 등 대대적 구조조정을 했다. 회사 측은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후 세계 공급망 등이 바뀌면서 경영 방향도 바뀌었다”고 했다.


하이퍼루프는 공기 저항을 줄인 진공관 등에서 빠른 속도로 사람과 물체를 운반하는 기술이다. 꿈의 이동 수단으로 불린다. 2017년 브랜슨은 버진하이퍼루프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사업에 뛰어들었다. 브랜슨과 합작투자한 두바이 국영 물류업체 DP월드가 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기술 개발을 위해 4억달러가 넘는 외부 자금을 조달했다.

버진하이퍼루프는 2020년 세계 첫 유인 하이퍼루프 시험 운행에 성공했다. 당시 운행속도는 시속 172㎞. 시속 1200~1300㎞에 이르는 하이퍼루프 상용화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공동 설립자인 조시 기겔이 회사를 떠나는 등 큰 부침을 겪었다.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여객 서비스에 집중하던 이 회사가 화물 수송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은 사업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새 목표는 비행기처럼 빠른 속도와 트럭처럼 저렴한 가격으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2026년께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에 첫 하이퍼루프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화물수송용 서비스를 시작한 뒤엔 그 수익을 활용해 2030년께 여객용 하이퍼루프 시스템도 출시할 계획이다.
머스크는 지하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
하이퍼루프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1799년이다. 1845년 영국 런던에 실험용 화물역까지 생겼지만 널리 보급되진 못했다. 2013년 머스크가 잠자던 기술을 다시 꺼냈다. 그는 최대 28명을 실을 수 있는 밀폐 캡슐이 하이퍼루프를 음속으로 오가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6시간 거리인 미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를 35분 만에 오갈 수 있다. 당시 설치 비용은 60억달러로 추정했다. 같은 거리에 고속철도를 세우려면 1000억달러가 필요하다.

머스크는 2016년 우주탐사 기업인 스페이스X 자회사로 보링컴퍼니를 세웠다. 이곳의 주요 사업 중 하나가 하이퍼루프다. 하지만 보링은 최근 도심 지하를 연결하는 터널 상용화에 집중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지하에 구축한 2.7㎞ 터널도 그중 하나다. 올해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2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베이거스 루프’다. 보링은 최근 텍사스에 새 터널을 만들기 위해 개발 허가 신청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머스크가 하이퍼루프 대신 ‘교통체증 심한 지하터널’로 사업을 전환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이 나란히 정공법 대신 차선책을 찾아 나선 것은 기술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장애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이퍼루프는 국가 운송망을 대신한다. 사업을 위해선 정부 지원이 필수다. 여객용 운송 수단을 만들려면 각국의 까다로운 안전 규정을 통과해야 한다. 화물이나 터널 규제는 이에 비해 적다.

하이퍼루프 기술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도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진공 상태의 긴 관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승객이 탈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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