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자연의 속살 담은 색면…스웨덴 화가의 '해안선'

입력 2022-02-22 17:51   수정 2022-02-23 01:41

스웨덴 작가 안드레아스 에릭슨(48)이 한국의 동해안을 그린 반추상화 ‘Shoreline(해안선)’ 연작은 마치 색을 입힌 등고선 지도처럼 보인다. 다만 그림에서 색면을 구획하는 건 해발고도가 아니라 그곳에 있는 자연물이다. 각 색면에서는 독특한 붓터치로 그려진 물과 돌, 모래와 나무, 이끼와 하늘 등이 저마다의 속살을 내보인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에릭슨의 개인전 ‘해안선’이 열리고 있다. 2019년 같은 공간에서 설악산과 한라산 등 한국의 산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을 선보인 뒤 3년 만에 마련한 내한 전시다.

에릭슨은 1998년 스웨덴 왕립예술원 스톡홀름 미술대를 졸업한 뒤 독일 베를린에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2년 만에 병을 얻어 스웨덴 산속으로 거처를 옮겼다. 깊은 산속에서 오감으로 자연을 느끼는 생활은 그에게 전화위복이 됐다. 독창적인 색채와 질감으로 자연을 표현한 그의 반추상화에 미술계는 열광했다. 에릭슨은 아트바젤 발로아즈 예술상과 카네기 미술상 등을 받았고, 2011년에는 베니스비엔날레 북유럽관 대표 작가로 선정됐다.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 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동해안을 주제로 그린 유화 14점과 드로잉 44점 등 총 58점을 걸었다. 에릭슨은 “평소 여러 물질과 개념이 만나는 지점에 천착해 왔다”며 “당초 남북한이 만나는 지점인 비무장지대(DMZ)를 그리려고 했지만 정치적인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DMZ와 마찬가지로 남북이 이어져 있는 장소이면서 모래와 물과 하늘 등 여러 자연의 요소들이 한데 만나는 동해안으로 작품 주제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해안선 연작 중 ‘해안선 #1’ ‘해안선 #2’는 가로 3m, 세로 2.8m의 대작으로, 거대한 지도를 연상케 한다. 작가는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져 구글 맵으로 동해안을 보며 그림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대작들이 항공기에서 내려다본 풍경이라면 소품과 드로잉은 동해안에서 가져온 돌과 모래, 식물 등으로 꾸민 정원을 떠올리게 한다. 유화 물감과 아크릴 물감, 달걀노른자를 재료로 만든 안료인 템페라 등으로 표현한 자연물의 질감이 독특한 매력을 연출한다.

그의 그림은 한국보다 해외에서 인기가 많다. 갤러리 관계자는 “2019년 아시아 첫 개인전이 열리자 홍콩의 수집가 부부가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날아와 작품을 구매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전시는 오는 3월 20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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